"양수 터졌는데"…분만실 없어 속초서 서울로 200㎞ 헬기 이송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의 헬기 이송을 준비하는 소방 당국. 사진 강원소방본부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의 헬기 이송을 준비하는 소방 당국. 사진 강원소방본부

강원도 속초에서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가 분만실을 찾지 못해  2시간을 헤매다 결국 200㎞ 넘게 떨어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다.

8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오전 4시 28분께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 당국은 현장에 도착해 30대 A씨의 상태를 살피며 분만 의료기관이 있는 강릉 한 대형병원에 제왕절개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당시 태아가 자궁 안에 거꾸로 자리한 상태여서 분만 의료 없이 무작정 출산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 측에서는 “분만실이 없어 수술과 입원이 불가하다”고 했고, 속초 한 의료원에서도 “야간 시간에는 분만 수술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소방 당국은 원주와 서울의 대형병원에 각각 수술이 가능한지 추가 문의했으나 원주의 병원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소방당국은 서울 거주자인 A씨가 평소 이용하던 목동의 한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했다.

A씨는 휴식을 위해 속초 지역을 찾았다가 분만 예정일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갑작스레 양수가 터지면서 이 같은 일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도내 열악한 분만 환경 탓에 임신부들이 응급 상황에서 헬기 등을 통해 긴급히 옮겨지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2020∼2023년 5월까지 헬기를 통해 임신부 등 구급 환자를 옮긴 건수는 714건이었으며, 올해에만 출산이 임박한 2명의 임신부를 헬기 이송했다.

의료기관까지 1시간 내로 접근이 어려워 이용이 쉽지 않거나 갈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도의 분만 취약지는 평창, 정선, 화천, 인제, 횡성, 고성, 양양, 태백, 속초, 삼척, 홍천, 영월, 철원, 양구 등 14개 시·군이다. 이 가운데 정선, 고성, 양양에는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전혀 없다.  

도는 분만 취약지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라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현재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에는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고, 분만 취약지에 있는 강원지역 응급 산모의 전용주택인 ‘안심스테이’ 등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도 진행중”이라며 “안전한 출산 환경 조성을 위해, 이 같은 사업을 확대하고자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도내 의료진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여러 수급 대책을 마련하고자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