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자사주) 취득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이 영풍·MBK가 앞서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자 바로 이사회를 연 것이다. 이사회 결과 고려아연은 최대 320만9009주(전체 발행 주식의 15.5%)를 매수하기로 했다. 공개매수가는 83만원으로 최대로 매수할 경우 2조6635억원이 소요된다. 고려아연과 연합한 베인캐피탈도 공개매수에 뛰어드는데, 최대 취득예정주식은 51만7582주(2.5%)다. 액수로는 4296억원. 둘이 합치면 공개매수 규모는 3조931억원에 달한다.
전날까지만 해도 최 회장이 제시할 공개매수가는 80만원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영풍·MBK의 공개매수가가 75만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 회장은 영풍·MBK보다 11%(8만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했다. 최대 취득예정주식도 시장의 예상보다 많았다.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하려면 고려아연 주식 7% 정도를 더 매입해야 하는데, 고려아연과 배인캐피탈의 최대 취득예정주식을 합하면 18%에 달한다. 이날 최 회장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매수 규모를 키운 배경에 대해 “필요한 7~8%를 확실하게 매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이와 별개로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 공개매수도 이날 시작했다. 최 회장 측은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2만5000원보다 높은 3만원을 제시했다.
최 회장의 반격에,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추가로 제출했다. 영풍·MBK는 “2조원이 넘는 돈을 회사가 차입해서 자사주를 매입해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이 상황은 배임”이라는 입장이다. 심문기일은 오는 18일이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이사회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도 고소했다. 영풍·MBK는 특히 자사주 취득 재원 2조66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금융기관 차입금 1조7000억원과 회사채 1조원을 끌어온 것을 두고는 “단기차입금이 2배 이상 증가하게 된다. 회사를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갈등이 ‘쩐의 전쟁’으로 치달으면서 공개매수 경쟁이 끝나면 어느 쪽이 이기든 양측 모두 재무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수 경쟁 때문에 단기간에 높아진 주가가 원 상태로 회복할 경우 공개매수에 쏟아부은 자금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려아연은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71만3000원으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