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참석자들이 박정희 대통령 동상 제막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건립 비용 약 20억원을 국민 성금으로 모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5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 광장에 세워졌다. 박정희동상건립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제막식에는 관련 단체 인사와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높이가 8.2m에 달했다. 동상 앞면 하단에는 ‘오천년 가난을 물리친 위대한 대통령 박정희’, 뒷면 하단에는 그의 생전 어록이 새겨졌다. 동상 뒤에는 박 전 대통령 업적과 사진 등을 소개하는 배경석 12개를 배치했다.
5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동상 제막을 하고 있다. 뉴스1
동상 제작은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약칭 국전) 심사위원을 지낸 이상일 전 대구가톨릭대 교수와 대통령상을 받은 이상호 작가가 맡았다. 주물 작업은 서울 광화문세종대왕 동상을 제작한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추진위 김형기(경북대 명예교수) 추진단장은 “5000년 가난을 물리친 탁월한 경세가, 민족중흥의 위대한 총설계사인 박 대통령 동상을 세우게 돼 기쁘다”며 “동상 건립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고 수많은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강력한 의지와 단합된 힘으로 난관을 극복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오늘 우리가 박정희 동상을 세우는 목적은 일생을 조국과 민족에 바친 박정희 대통령 정신을 후세대에 계승하고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것”이라며 “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우는 것은 ‘박정희 우상화’가 아닌 ‘박정희 정상화’”라고 덧붙였다.
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에서 인공지능(AI)으로 구현한 박 전 대통령 영상이 송출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추진위는 지난해 11월 8일 출범한 지 1년 만에 추진위원 7000여 명, 일반 국민 1만3000여 명 등 총 2만여 명에게 성금을 모았다. 개인별로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쾌척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남미 등지에 사는 교민도 모금에 동참했다.
박몽용 공동위원장은 “올해로 박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지 45년이 지났다”며 “모금 과정에서 여전히 뜨거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가난의 굴레를 끊고 10대 경제 대국을 일궈냈다”며 “동상 건립을 계기로 흩어진 민심을 모으고, 자라나는 세대에게도 자긍심이 솟아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5일 오전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숲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반대를 외치는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최근 불거진 ‘계엄 쇼크’ 영향도
이와 함께 최근 45년 만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따른 국정혼란 상황이 이날 제막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예정돼 있던 윤석열 대통령 축사 순서가 취소된 것이 대표적이다. 전광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윤 대통령 축사를 대독할 예정이었다.
비상계엄령 선포와 그 후폭풍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렸다. 동상 건립 반대 기자회견 한 참가자는 “지난 3일 갑작스럽게 비상계엄령이 선포되는 것을 보고 구시대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과거와 같은 실수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시민이 계엄령을 막아냈다”고 말했다.
반면 동상 제막식에서 인사말을 한 박성만 경북도의회 의장은 비상계엄령 해제 이후 논의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논의에 대해 “어떻게 얻어낸 정권인데 어떻게 두 번의 탄핵을 당한다는 말이냐. 지금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다시 한번 한국이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동=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