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독대를 마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측근에게 한 말이다. 독대는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전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겠다던 한 대표가 6일 대통령 직무집행 정지 필요성을 강조해 정국이 요동친 상황에서 이뤄진 독대다.
한 대표는 독대 이후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탄핵안 부결이 당론으로 정해진 것은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업무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판단이 뒤집힐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또 “국민에게 입장을 직접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대통령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이제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계엄군이 3일 계엄 선포 뒤 자신을 비롯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등의 체포를 시도한 것을 두고 “대통령은 체포 지시를 직접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특별한 조치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측근들에 따르면 한 대표는 ▶한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 체포·구금 시도에 대한 해명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죄 ▶계엄 사태 책임자 엄벌 ▶대통령 본인을 포함한 확실한 수사 협조 등을 요구하고, 임기 단축 개헌 등에 대한 입장도 들을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에 대해 완고한 입장을 보이면서 밀도 있는 대화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게 복수 인사들의 전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체포·구금 지시에 대해서도 아니라고 하고, 계엄 사태에 대해서도 잘못이 없다고 하는데 어떤 진전이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한 대표가 ‘탄핵안 통과’가 아니라 ‘직무집행 정지’라고 표현한 걸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친한계 일각은 “직무집행 정지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했다. 그중 하나는 탄핵안 가결이다. 탄핵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의 직무는 즉시 정지된다.
다른 하나는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수사해 긴급체포 및 구속으로 직무를 정지하는 방안이다. 한 친한계 인사는 “탄핵이 이뤄져야 수사가 가능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내란죄 혐의는 바로 수사할 수 있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단이 이미 계엄 사태 수사를 시작했고, 상황에 따라 대통령 직무정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탄핵과 달리 수사에 따른 직무정지는 이 대표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우리쪽 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탄핵 찬성’ 혹은 ‘탄핵 반대’라는 명쾌한 입장을 세워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가장 긴박한 시기에 한 대표는 직무정지를 이야기하고, 의총에서는 탄핵 반대 당론을 세우는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 대표가 탄핵에 찬성한다고 전제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