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줄고 봉준호·박찬욱 등판…'똘똘한 한방' 노리는 2025년 극장가 승자는? [2025 문화계]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SF 영화 '미키 17' 예고편 한 장면. 주연 로버트 패틴슨(사진)을 비롯해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SF 영화 '미키 17' 예고편 한 장면. 주연 로버트 패틴슨(사진)을 비롯해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박찬욱‧임상수 등 거장 감독이 2025년 극장가에 복귀한다. 침체가 길어진 새해 영화계에선 대작 라인업을 줄이고 똘똘한 흥행 한 방을 노리는 개봉 전략이 엿보인다.  

美외신도 주목…봉준호 SF '미키 17' 

2024년 영화계는 희비가 엇갈렸다. 31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까지 한 해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1억2263만명. 외화 흥행이 부진했던 탓에 전년도 총 관객 1억2513만명보다 줄어든 채 마감할 전망이다.

반면 한국영화 점유율은 58%로, 전년(48.5%)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영화는 2024년 개봉 편수(615편)가 전년(663편)보다 줄었음에도 연간 관객 수는 전년(6075만명)보다 증가한 7110만명으로 집계됐다. 한해 2편의 천만영화(‘파묘’ ‘범죄도시4’)가 나왔고, ‘파일럿’ ‘소방관’ ‘탈주’ 등 중급 예산 영화의 선전도 한 몫 했다. 물량 공세보다 흥행 적중률을 높이려는 노력은 새해에도 계속된다.  

지난 4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네마콘 행사에 영화 '미키 17' 홍보를 위해 참석한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왼쪽부터)과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

지난 4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네마콘 행사에 영화 '미키 17' 홍보를 위해 참석한 주연 배우 로버트 패틴슨(왼쪽부터)과 봉준호 감독. 로이터=연합

올 3월 선보일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미키17’는 상반기 최고 화제작. CNN‧타임‧버라이어티 등 외신들도 ‘기생충’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을 ‘아바타3’ ‘슈퍼맨’ 신작 등과 함께 2025년 기대작에 꼽았다. 우주 행성 개척에 투입된 ‘일회용’ 복제인간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살아남기로 결심하며 벌어지는 얘기로,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 7』이 원작이다. 워너브러더스가 투자‧배급을 맡았다.  

박찬욱·이병헌 재회…'파묘' 최민식 로드무비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주연 배우 손예진, 이병헌이 지난 8월 17일 촬영 시작을 앞두고 모인 모습이다. 이병헌은 이 영화로 '공동경비구역 JSA', '쓰리, 몬스터'에 이어 박찬욱 감독과 3번째 만나게 됐다. 사진 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박찬욱 감독(왼쪽부터), 주연 배우 손예진, 이병헌이 지난 8월 17일 촬영 시작을 앞두고 모인 모습이다. 이병헌은 이 영화로 '공동경비구역 JSA', '쓰리, 몬스터'에 이어 박찬욱 감독과 3번째 만나게 됐다. 사진 CJ ENM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헤어질 결심’ 이후 3년 만의 연출작 ‘어쩔수가없다’로 복귀한다. 미국 작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한국 무대로 옮겼다. 제지 업체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만수(이병헌)가 아내(손예진)와 두 자녀,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키려고 재취업을 향한 사투에 나선다. ‘하녀’(2010), ‘돈의 맛’(2012) 임상수 감독도 2020년 칸영화제(코로나19로 개최 취소) 공식 선정작 ‘행복의 나라로’를 5년 만에 개봉한다. ‘파묘’ 배우 최민식,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이 각각 탈옥수와 무일푼 환자 역을 맡은 로드무비다.  


임상수 감독, 최민식(오른쪽), 박해일 주연의 '행복의 나라로'는 2020년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5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임상수 감독, 최민식(오른쪽), 박해일 주연의 '행복의 나라로'는 2020년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이어 2025년 개봉을 준비 중이다.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2025년 ‘어쩔수가없다’와 ‘악마가 이사왔다’(감독 이상근)까지 한국영화 단 두 편을 개봉하는 CJ ENM은 오스카 수상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엠마 스톤 주연의 할리우드 합작 영화 ‘부고니아’도 선보인다. 유명 제약회사 사장을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으로 확신한 두 주인공의 납치극으로, 한국영화 ‘지구를 지켜라!’(2003) 리메이크판이다.  

플러스엠·롯데 7편 신작…연초 오컬트 강세

국내 주요 투자배급사 중에선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최다 7편씩 라인업을 공개했다. 2025년 연상호 감독의 ‘계시록’ 등 7편의 오리지널 한국영화 출시를 예고한 넷플릭스와 맞붙을 전망이다.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세계관을 이어받아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혜교(맨왼쪽), 전여빈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영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 세계관을 이어받아 권혁재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혜교(맨왼쪽), 전여빈이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플러스엠은 31일 개봉한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을 필두로 오는 설 연휴 동명 대만영화 리메이크작 ‘말할 수 없는 비밀’, 이어 강하늘‧유해진 주연 범죄극 ‘야당’, 연상호 감독의 ‘얼굴’, 하드보일드 액션 ‘열대야’, 이종필 감독의 ‘파반느’, 코믹 추리극 ‘백수아파트’를 차례로 선보인다. 롯데는 총제작비 300억원대로 알려진 김병우 감독의 웹툰 원작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비롯해 배우 마동석의 악마 사냥극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부활능력이 있는 취준생(구교환)의 판타지 ‘부활남’,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 ‘행복의 나라로’ ‘정가네 목장’ ‘스트리밍’ 등을 개봉할 예정이다.

연초엔 오컬트‧공포 강세가 이어진다. ‘검은 사제들’(2015) 세계관을 이어받은 송혜교‧전여빈 주연의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이 1월 24일, 1990년대 동명 인기 소설 시리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퇴마록’이 2월 개봉한다. 배우 조정석이 좀비가 된 딸의 아빠가 된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좀비딸)’도 잇따른다.

사랑하면 사망하는 바이러스, 소주 회사 매각 암투극…

배우 하정우 주연 영화 '브로큰'(2월 5일 개봉)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추적을 그렸다. 장편 데뷔작 '양치기들'(2016)로 주목받은 김진황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배우 하정우 주연 영화 '브로큰'(2월 5일 개봉)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추적을 그렸다. 장편 데뷔작 '양치기들'(2016)로 주목받은 김진황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오는 2월 5일 주연 범죄극 ‘브로큰’을 개봉하는 배우 하정우는 새해 3번째 연출작 ‘로비’도 선보인다. 김윤석은 배우 구교환과 호흡 맞춘 스릴러 ‘폭설’을 비롯해 6년 전 촬영을 마친 ‘바이러스’도 연내 개봉 예정이다. 사랑의 감정을 느낀 뒤 수일 내 사망하는 바이러스에 관한 영화로, 배두나가 공동 주연을 맡았다. 부도 위기 국내 1등 소주 회사와 글로벌 투자사의 암투를 그린 유해진‧이제훈 주연작 ‘모럴해저드’(가제)도 개봉 준비 중이다.

장기화한 침체 속에 투자금이 마른 영화계에선 “제작비 인플레이션이 심한 요즘에도 순제작비 100억원 넘는 작품이 드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새로 제작되는 신작이 줄어 내후년은 더 힘들 것”이라며 “추후 대작들은 해외 판로를 넓혀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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