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 주가가 급락하고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불매운동을 두고 “아직 사고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애경그룹 다른 회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가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는 애경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제조한 화장품·목욕용품이나 주방제품 브랜드 로고가 게시됐고, “제주 항공 소유주인 애경그룹 브랜드를 불매하자”는 코멘트가 달렸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민관합작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해 지난 3분기 기준 50.3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제주항공 외 계열사로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에이케이플라자(주) 등이 있다.
"제주항공 사고는 트리거"
일각에선 제주항공 사고와 지난 26일 대법원 판결이 맞물리며 불매운동이 촉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를 받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연루된 애경산업 전 대표의 유죄가 뒤집히며 소비자 공분이 고조된 상황에서 같은 그룹의 제주항공 사건이 하나의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한다. 소비침체 속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애경그룹뿐 아니라 동종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고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업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우선 사고 수습에 그룹 차원의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 그룹은 지난 29일 사고 발생 11시간이 지난 오후 8시쯤 장영신 회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로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사고 당일 무안 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채 총괄부회장은 이날 이후 무안에 계속 머무르며 사고 수습 과정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인력 지원뿐 아니라 필요하면 자금 선지급 등 여러 방면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