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충격에 '애경 불매'까지…차분한 연말맞는 유통업계

제주항공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181명 중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현장에서 30일 오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승객과 승무원181명 중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현장에서 30일 오후 경찰과 소방, 국과수 등이 합동으로 현장감식을 실시하고 있다. 김성태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제주항공의 모회사인 애경그룹 주가가 급락하고 불매운동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불매운동을 두고 “아직 사고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애경그룹 다른 회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데 과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애경그룹 계열사 브랜드 리스트가 공유됐다. 이 게시물에는 애경그룹의 다른 계열사인 애경산업이 제조한 화장품·목욕용품이나 주방제품 브랜드 로고가 게시됐고, “제주 항공 소유주인 애경그룹 브랜드를 불매하자”는 코멘트가 달렸다. 애경그룹은 지난 2005년 제주특별자치도와 민관합작으로 제주항공을 설립해 지난 3분기 기준 50.3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제주항공 외 계열사로 애경산업, 애경케미칼, 에이케이플라자(주) 등이 있다.

 "제주항공 사고는 트리거"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된 애경산업 제품을 불매하자는 게시글. X(옛 트위터) 캡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게시된 애경산업 제품을 불매하자는 게시글. X(옛 트위터) 캡쳐

 
일각에선 제주항공 사고와 지난 26일 대법원 판결이 맞물리며 불매운동이 촉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6일 대법원은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제조·유통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를 받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연루된 애경산업 전 대표의 유죄가 뒤집히며 소비자 공분이 고조된 상황에서 같은 그룹의 제주항공 사건이 하나의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불매운동 확산을 우려한다. 소비침체 속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애경그룹뿐 아니라 동종업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사고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그 기업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지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애경그룹은 우선 사고 수습에 그룹 차원의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이 그룹은 지난 29일 사고 발생 11시간이 지난 오후 8시쯤 장영신 회장과 임직원 일동 명의로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사고 당일 무안 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직접 만나 사과했다. 채 총괄부회장은 이날 이후 무안에 계속 머무르며 사고 수습 과정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인력 지원뿐 아니라 필요하면 자금 선지급 등 여러 방면에서 사고 수습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분함 속 연말연시 보내는 유통가

유통가는 29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국가애도기간에 맞춰 유통업계는 준비된 행사를 취소하고 최소한의 일정만 소화하는 분위기다. 롯데물산은 이 기간 롯데월드타워 상부에 백색 조명을 점등하고 벽면에 ‘추모합니다’라는 글귀를 띄우기로 했다. 놀이공원도 행사를 멈춘다. 롯데월드는 잠실 및 부산에서 모든 퍼레이드를 비롯한 공연, 불꽃놀이를 하지 않고 신년 카운트다운행사도 취소했다. 삼성물산 리조트부문의 에버랜드도 이 기간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를 멈춘다. 

롯데물산은 이달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오후 5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타워 상부에 백색 등을 켜고 벽면에는 '추모합니다'라는 글귀를 띄운다. 사진 롯데물산

롯데물산은 이달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오후 5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타워 상부에 백색 등을 켜고 벽면에는 '추모합니다'라는 글귀를 띄운다. 사진 롯데물산

신세계백화점은 국가애도기간 중 신년 세일 행사를 알리는 외벽 광고판과 배너 등 홍보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 본점의 디지털 사이니지 ‘신세계 스퀘어’에 크리스마스 영상 송출은 멈추고, 일반 광고 영상으로 대체한다. CJ온스타일은 내달 5일까지 여행상품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