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1.3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1469.7원으로 마감했다. 당국의 구두 개입 등 영향으로 새해 첫 거래일에 상승 출발하며 안정세에 접어드나 싶었지만 이후 달러 초강세에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3일(현지 시간) 109선을 돌파하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이후 108대로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인 원화가치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12월 비상계엄 사태가 겹치면서 곤두박질쳤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달러당 원화값 평균은 1396.84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1분기 1415.22원)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12월 한달만 보면 1434.42원으로 2009년 3월(1461.9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 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주요국 통화와 달리 달러 대비 원화가치만 유독 약세인 게 아니라면 섣불리 개입했다가 달러만 소진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은 환율을 방어할 최후의 보루인 만큼 함부로 써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과거 다수의 신흥국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당국에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외환보유액 4100억 달러 선은 유지됐다. 12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로, 11월 말(4153억9000만 달러)보다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의 88%를 차지하는 국채 등 유가증권 규모는 57억2000만 달러 줄었다. 강달러 기세에 한은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달러환산액이 줄었고, 원화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시중에 달러를 푼 영향이다. 다만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해 보유 달러를 한은 계좌에 넣으면서 예치금이 60억9000만 달러 증가했다. 여기에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더해져 전체 외환보유액은 오히려 늘었다. 다만 전체 규모로는 2019년말(4088억2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소 수준이다.
국민연금이 환 헤지에 나서면 원화값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보유한 해외자산의 일부를 매도한다.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난다. 전략적 환헤지를 최대로 가동하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인 482억 달러(약 70조원)를 시중에 공급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1500원대 환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가 원화가치를 방어하는 하나의 방편이긴 하지만 달러 강세 압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계감이 커지는 데다 국내 정국 불안도 여전해 당분간 1500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