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수사본부에 따르면 경찰은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참사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한국공항공사와 제주항공 등을 압수수색 한 자료 분석과 관계자 조사 등을 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항공기 참사를 인재(人災)로 보고 사고를 유발한 각종 요인과 의혹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무안공항 운영부·시설부 사무실과 부산지방항공청 무안출장소, 제주항공 서울사무소 등 3곳을 압수수색해 사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참사의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구조물도 경찰의 주요 조사 부분 중 하나다. 사고 항공기가 지난달 29일 오전 9시3분쯤 무안공항에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한 뒤 폭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참사 관련자들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혐의 적용을 위한 법리도 검토 중이다. 참사가 기체 및 재해예방시설 결함 등에 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항공사 관계자 등은 중처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참사 원인을 밝힐 핵심 단서인 블랙박스 기록 확보에도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사고기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에서 추출된 2시간 분량의 자료를 음성 파일로 전환·해독하는 작업을 마쳤다. CVR에는 사고 당시 조종사 간의 대화와 관제탑 교신 내용 등이 담겼다. 경찰은 국토부로부터 여객기 블랙박스 자료와 분석 결과 등을 넘겨받아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 안팎에선 “항공기 사고의 경우 원인 분석에만 수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와 한미 합동조사단 등의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경찰도 책임자 규명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종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최단 6개월에서 최장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출국 금지 조처된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 등 임원 2명에 대한 소환 조사도 수사 막바지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남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참사 관련 조사를 마친 뒤 김 대표에 대한 소환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이르면 이달 말에서 늦으면 다음달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했다.
한미 합동조사단과 항철위 등은 이날도 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를 이어갔다. 항철위는 지난 2일 인양된 사고기 엔진의 흙을 파내는 과정에서 새 깃털 일부를 발견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의 근거를 확인했다. 이승열 항철위 사고조사단장은 “(새가) 어떤 종이고 어떻게 (엔진에) 들어갔는지는 엔진 내부를 검사하면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합동조사단이 현장에서 엔진과 주 날개 등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손상된 비행기록장치(FDR)는 미국에 도착해 미국 교통안전위원회와 함께 수리 및 자료추출 등 분석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