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자동차 이어 세 번째 1조 달러 돌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장 많은 수주를 했다. 누적 1776억 달러(259조원)로 전체의 17.7%를 차지했다. 다음은 아랍에미리트(844억 달러), 쿠웨이트(489억 달러), 싱가포르(482억 달러) 순이다.
59년 전 첫 수주 따낸 현대건설 누적액도 1위
해외건설은 한국경제의 버팀목이었다. 고도성장기엔 주요 외화 수입원으로, 국내 건설경기 침체 땐 대체재 역할을 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수지가 차지하는 비중(0.24%, 2023년 기준)은 G20 국가 중 가장 높다.
2010년 고점으로 수주액 장기 하락세
K건설이 내리막으로 내려선 시점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시기와 겹친다. 중국은 한국의 텃밭인 중동‧아시아 지역에서 막대한 공적개발원조(ODA)와 자본력을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잠식해 왔다. 최근엔 튀르키에 등 후발 신흥국의 추격이 거세다.
중동 리스크에 우크라 특수도 회의적
시장 상황은 불확실성 투성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수주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동이 불안하다. 엄근용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중동 긴장도가 커질 경우 중동 국가의 신규 발주 감소와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상황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재건 특수도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러·우 전쟁 종식 후 우크라이나 복구‧재건에는 4862억 달러(약 710조원)가 소요될 전망이다. 큰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이 열매를 따 먹기는 녹록지 않다.
김화랑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ODA나 전쟁 지원 규모, 현지 진출 경험 등을 볼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에서 열위에 있다”며 “한국이 특수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임원은 “우크라이나는 자금‧자재‧인력 조달 등 모든 게 불확실하다”며 “성급히 들어가다간 수천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꼴을 당할 수 있다”고 했다.
단순 도급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능력 키워야
김태준 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장은 “단순히 시공사업 입찰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해외 선진업체처럼 사업을 설계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해 수익을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전략을 세우는 능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