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치료 본인부담 최대 95%로…신규 실손, 보험금 한도 축소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불필요하게 많이 이뤄지는 도수치료 등 일부 비급여 진료는 '관리급여'로 따로 지정해 가격을 통제한다. 해당 환자는 진료비의 최대 95%까지 부담하게 된다. 향후 도입될 5세대 실손보험의 비중증 입원 실손 보험금 한도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비(非)필수과 의사 쏠림, '의료쇼핑'을 막기 위한 비급여·실손 개편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 중인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의 핵심이다.

우선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필수의료를 약화하는 비급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비중증·과잉 비급여 진료는 ‘관리급여’ 형태로 건보 체계에 넣어 따로 관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병·의원마다 고무줄처럼 제각각인 가격이 하나로 고정된다. 그 대신 환자의 본인 부담률은 90~95%로 높게 매겨진다. 관리급여 대상이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도수치료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현재 4세대 실손 가입자가 평균 10만원 가량인 도수치료를 받으면 3만원(30%)을 내면 된다. 관리급여에 들어가면 모든 병의원의 도수치료 가격이 10만원으로 통일되는 식이다. 그 대신 환자가 9만5000원(95%)을 내게 된다.

비급여·급여(건보) 진료를 섞어서 하는 '병행진료'도 제한된다.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미용·성형 목적의 비급여 진료에 건보 진료를 일부러 붙여서 하면 건보 적용을 안 해주는 식이다. 또한 비급여 진료를 주기적으로 재평가한 뒤, 치료 효과·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비급여는 시장에서 아예 퇴출할 계획이다.


5세대 실손, 중증 보장 유지·비급여 보상 축소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 내부에 도수치료를 내건 안내판.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정형외과 내부에 도수치료를 내건 안내판. 뉴스1

비급여 시장 확대에 자양분을 공급해온 실손보험 통제도 이뤄진다. 이르면 내년 출시 예정인 5세대 실손에서 중증 환자 중심으로 보장하되, 비중증·비급여 보상은 축소하는 방향이다.

 
새로운 5세대에선 중증·일반 환자를 구분해 자기부담률을 차등화한다. 비중증 가입자가 건보 진료를 받게 되면 실손 본인 부담률을 건보 본인 부담률과 똑같이 적용한다. 현재 20% 수준인 비용 부담을 높여 과잉 진료를 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응급실에 간 실손 가입 경증 환자는 진료비의 18%만 내고 있지만, 앞으론 81%를 내야 한다. 반면 암·희귀질환 등 중증 질환은 현재의 부담금을 그대로 낼 수 있다.

실손 가입자에 주는 보험금의 최대한도도 축소된다. 비중증 환자 입원 시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이고, 통원 횟수당 20만원에서 하루당 20만원으로 바꾸게 된다. 그만큼 일반 환자가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는 비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개편 사항은 약관 변경이 어려운 기존 가입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장 범위가 넓은 1·2세대 실손(1582만건)에 대해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일정 보상액을 주고 해지하는 '재매입'을 추진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숙려기간을 주고, 철회·취소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번 실손보험 개혁으로 실질적인 보험료 인하 효과는 최대 50% 내외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비급여 풍선효과, 실손 가입자 호응 등 '숙제'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환자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조만간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숙제도 남아있다. 기존 비급여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풍선효과’로 새로운 비급여 시장이 등장할 우려가 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이번 대책 중에 그나마 비급여 가격을 관리할 수 있는 건 관리급여 하나뿐이다. 일부를 뺀 나머지 비급여는 그냥 방치되는 만큼 아쉽다"면서 "비급여 진료 보고 의무화 등 시장 실태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5세대 실손 보험료가 낮아지지만, 비급여 보장도 줄어드는 만큼 기존 가입자가 적극적으로 갈아탈지도 미지수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1~2세대 실손 가입자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새로운 실손으로 갈아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반발도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병원이 수익 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비급여로 흘러가게 한 건 정부다. (진료) 원가를 보상한 뒤에 실손보험 등을 관리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