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 고금리에 고통받는 중소기업은 환율까지 치솟으며(원화가치는 하락)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탄핵정국 여파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새해부터 실적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NH농협은행)의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신규취급액 평균 금리)는 지난달 공시 기준 연 5.16~6.26%다.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직전인 9월 말(연 5.11~6.06%)과 비교하면 오히려 최대 0.2%포인트 상승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6등급 이하)엔 대출 금리가 연 12%를 넘는 곳도 있다. 부동산ㆍ주식 등 담보를 맡겨도 대출 금리는 지난달 공시 기준 평균 연 4.9%로 5%에 육박한다.
중소기업이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한동안 꺾이지 않는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대출 준거 금리인 1년 만기 금융채(AAA등급 은행채) 금리가 지난해 말 상승세로 고개를 들면서다. 지난해 연초 연 3.7% 선에서 출발한 은행채 금리는 12월 초 연 2.9%대까지 수직 낙하했다가 연말 3%대로 반등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치솟은 미국 국채금리가 국내 시장금리도 부추기고 있다.
지난해 말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대출 문이 좁아진 것도 중소기업엔 타격이다. 중소법인은 대기업과 달리 회사채 시장에선 자금 조달이 어려운 데다 실적 악화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은행 문턱(대출)을 넘지 못하는 곳도 늘고 있어서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중소기업(개인사업자 포함)의 대출 잔액은 662조229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대비 3조7318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월별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대출 잔액이 쪼그라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기업들이(재무제표 관리를 위해) 대출 상환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빚 못 갚는 기업이 늘자 은행이 연체율 관리에 나선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은 고금리에 고환율(원화가치 하락)까지 덮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주간 종가 기준)는 지난달 초 1400원 선에서 같은 달 30일엔 1472원까지 급락했기 때문이다. 수입 업체들은 한 달 사이 1달러당 70원 넘는 손해를 입은 셈이다. 새해 들어서도 원화값은 질주하는 강달러에 여전히 1450~146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고금리ㆍ고환율에 중소기업의 재무 건전성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중소기업 연체율은 0.7%로 한 달 전보다 0.05%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 0.44%)과 비교하면 0.15%포인트 급등했다. 파산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전국 누적 법인 파산 신청 건수(법원통계월보)는 1745건에 이른다. 2023년 파산을 택한 법인(1657곳)을 이미 넘어섰다. 금융업계에선 빚내서 버티다 한계에 이른 중소기업이나 벤처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한다.
전문가들은 돈 벌어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 급증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자를 깎아주는 단기적인 지원보다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영업 환경을 개선하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좀비기업의 구조조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