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분석도 안 됐는데...서울지하철에 '흡입매트' 늘어난 까닭

 [이슈현장]

지하철 이용객들이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통과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지하철 이용객들이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통과하고 있다. 강갑생 기자

 8일 오전 10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시청역의 9번 출구 방향 개찰구를 나오자 바닥에 작은 쇠구슬들이 촘촘히 박힌 금속매트가 눈에 띄었다. 이용객들이 매트를 밟자 “저벅저벅”하는 소리가 났고, 바로 옆의 박스형 기계에선 “윙~”하는 작동음이 들렸다.

 주변을 살펴보니 한쪽 벽면에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 안내’라는 제목으로 서울교통공사에서 붙인 안내문이 있었다. “신발 바닥에 묻어 지하 역사로 유입되는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설비”라는 설명이었다.

 이 같은 미세먼지 흡입매트가 요즘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많아졌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현재 미세먼지 흡입매트가 설치된 역은 모두 13곳으로 총 34대가 깔려있다.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 안내문. 강갑생 기자

미세먼지 흡입매트 설치 안내문. 강갑생 기자

 
 서울에서 이 매트가 처음 설치된 건 지난 2020년이다. ‘테스트베드 서울 실증지원 사업’으로 채택돼 4호선 수유역에 2대가 설치됐다. 승객이 매트의 쇠구슬을 밟으면 센서가 감지해 집진기 모터가 돌아가면서, 신발 밑창에 붙어있는 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는 방식이었다.

 앞서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매트가 설치된 곳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수인분당선의 서울숲역이다. 이후 2023년 시범사업으로 제기동역(1호선)과 아차산역(5호선) 등 2개 역 5곳에 매트가 깔렸다. 


 지난해에는 연말까지 시청·종각·종로5가역(이상 1호선), 시청역(2호선), 마포·강동·길동·공덕역(이상 5호선), 공덕·석계역(이상 6호선) 등 10개 역 27곳에 설치됐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은 작년과 재작년을 합쳐 모두 43억원이다. 역 한 곳당 3억 6000만원, 설비 한 대당 1억 3000만원가량이 투입된 셈이다. 예산은 100% 서울시가 부담했다. 

 이처럼 매트가 속속 깔리는 걸 보면 얼핏 미세먼지 제거효과가 상당할 거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직 매트의 효과를 본격적으로 측정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에 따르면 2020년 수유역에서 실증사업을 할 때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산업진흥원(현 서울경제진흥원)이 효과를 검증한 게 전부다. 당시 미세먼지인 PM10이 7%,  PM2.5는 5% 이상 줄었다는 결과였다. 

 그 뒤 매트 설치 역사가 13곳으로 늘었지만, 추가적인 효과 측정은 없었다는 얘기다. 공사는 지난해 말에서야 매트가 설치된 역사의 효과 분석 용역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하철역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하라는 서울시의회의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중앙일보

지하철역에 미세먼지 흡입매트를 설치하라는 서울시의회의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중앙일보

 
 상황이 이런데도 그사이 매트가 계속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익명을 요구한 지하철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회에서 시의원들이 주로 자기 지역구에 있는 지하철역에 매트 설치를 계속 요구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전했다. 

 시의회의 매트 설치 요구가 이어지자 서울시에서도 이를 수용해 별도로 예산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다. 공사는 이 예산을 받아서 설치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공사 관계자는 “매트의 효과 분석을 면밀하게 해본 뒤에 확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도 시의회 요구가 거세다 보니 설치대상이 계속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트의 효과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해당 매트를 제작한 국내 업체들은 “기존의 공기질 관리 방식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의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공중에서 코가 있는 높이에 먼지가 없도록 관리하는 게 실내 미세먼지 관리의 핵심이며, 이를 고려하면 먼지 흡입 장치가 바닥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는 별로 효율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장치. 강갑생 기자

2호선 시청역에 설치된 미세먼지 측정장치. 강갑생 기자

 게다가 서울 지하철역사 모두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됐고, 공기청정기 등 각종 공기질 개선장치가 운영 중인 상황에서 효과가 공식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설비에 예산을 더 투입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난해 서울시 의원들의 매트 설치 요구는 계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신내·동대문역사문화공원 등 모두 16개 역이 대상으로 소요 예산만 41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현재 이들 사업은 모두 추진이 보류된 상태다. 매트의 효과 등을 둘러싼 논란 때문이다. 앞서 공사는 지난해 하반기에 선정예정이던 2개 역의 사업도 중단했다. 오세훈 시장도 지난 연말에 “효과를 면밀히 따져본 뒤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하철역의 공기질을 더 개선하겠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 도입하는 장비의 성능과 효과는 꼼꼼하게 따져봐야만 한다. 모두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