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세월호 7시간’ 청와대 문서 목록 비공개, 다시 판단하라”

충남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 전경. 중앙포토

충남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대통령기록관 전경. 중앙포토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동안 청와대가 생산하거나 보고받은 문서 목록을 공개하라는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 비공개 처분취소 소송을 파기환송했다. “원심의 판단에는 이 사건 정보에 대한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행위의 적법 여부에 관한 판단을 누락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송 변호사는 2017년 5월 “세월호 당일 2014년 4월 16일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세월호 승객을 구조하기 위한 공무 수행을 위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의 목록을 공개해달라(제목·업무담당자 포함)’며 대통령기록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거부 처분을 받자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기록물법 17조 1항은 ‘군사‧외교‧통일, 대내외 경제정책, 공무원 인사, 개인 사생활, 대통령 보좌·자문기관과 의사소통,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 관련 기록물 중 공개될 경우 국가안보상 위험을 초래하거나 정치적 혼란을 부를 우려가 있는 기록물’ 등을 비공개하는 보호기간을 따로 정하도록 규정한다. 송 변호사는 세월호 문서 목록은 이 ‘17조 1항’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비공개 대상 정보가 아니고, 공개 거부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통령기록관 측은 “대통령기록물은 비공개라서 목록의 존재 여부도 확인되지 않아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설령 있다 하더라도 공개 제한 정보라 비공개한 건 적법하다”고 항변했다.

대법 “보호기간 설정, 법률상 요건에 맞는지 따져봐야”

1심 서울행정법원은 2018년 “원고가 구하는 공문서 목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심은 “대통령이라고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법에 정해진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이 사건 정보는 공문서의 목록에 불과하고, 보호기간을 설정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으며 비공개 대상 정보라는 증명 책임은 피고에게 있는데 증명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2심 서울고법은 “대통령기록물법 체계‧내용 등 고려하면 일단 보호기간이 지정된 다음엔 그 기간 정보공개 등 자료제출 요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대통령기록관은 관리만 할 뿐이라 기록물 지정‧보호기간 설정의 적법 여부를 따지라고 할 수 없고 ‘보호기간 중이니 비공개’한 건 합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를 파기하고 1심과 같이 “법이 정한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 설정’의 요건에 맞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기간 제도 취지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절차‧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는 사법심사를 할 수 있고 비공개 열람‧심사를 통해 ‘적법하게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원심은 이 사건 정보가 대통령기록물법 17조 1항 중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 구체적으로 석명하고, 이에 따라 적법하게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 심리해야 했는데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판단을 누락했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