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참가자들은 긴 오리털 점퍼와 집에서 가져온 담요 등으로 추위에 단단히 대비한 모습이었다. ‘인간 키세스’라는 별명이 붙은 은박 담요를 두른 이들도 많았다. 집회장 한 편에는 찬바람을 피하기 위한 텐트와 천막도 설치됐다. 점심시간이 되자 일부 자원봉사자는 부스를 차리고 김이 피어오르는 김치 콩나물국밥을 일회용 용기에 담아 집회 참석자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생후 19개월 딸을 유아차에 태우고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김모(34)씨는 “유아차 안에 접착식 핫팩을 3개 붙이고 아기 옷도 네겹, 다섯겹으로 입혔다”면서 “아기가 장차 살아야 할 나라이기 때문에 교육적인 차원에서 함께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차 가림막 안에 있는 김씨 딸은 모자와 목도리, 오리털 점퍼까지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신자유연대 주최로 루터교회 앞에서 열린 보수 집회에는 오후 1시 기준 1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
보수 단체 집회 장소서 약 300m 떨어진 볼보빌딩 앞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라고 요구하는 진보 단체 집회가 열렸다. 오후 2시 30분 기준 약 13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다. 매서운 바람이 들이치자 참가자들은 겉옷 안에 손을 두고 구호를 외쳤다.
오리털 점퍼를 두 겹으로 입은 안정순(72)씨는 “날이 너무 추워서 함께 집회에 다니는 친구들은 집에 있으라고 하고 혼자 나왔다”며 “대통령이 나오지 않아 집회에 매일 나가다 보니 생체 리듬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포천에서 온 양모(23)씨는 "저체온증에 좋다고 해서 주머니 핫팩 두 개를 겨드랑이에 한쪽씩 붙였다"며 "상의를 4겹이나 입었는데도 춥다"고 말했다.
소란스러운 대통령 관저 밖과 달리 담장을 따라 원형 철조망이 설치된 관저 안은 요새가 된 모습이었다. 관저 진입로에는 45인승 대형버스가 가로로 주차돼 시야를 완전히 가리는 차벽이 세워졌다. 오후 1시쯤 관저 출입문 앞에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등 15명이 공수처 진입에 대비해 서 있기도 했다. 김선동 국민의힘 도봉을 당협위원장은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소속 당협위원장들이 자율적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