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에 "포로 바꾸자"…北 포로는 "우크라에 살고싶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한 북한군이 신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북한군 포로와 우크라이나군 포로를 맞교환하자"고 제안하는 등 생포한 북한군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 군인들과 (북한) 김정은의 군인들을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이 글을 한글, 영어, 우크라이나어로 동시에 올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북한군 포로 중 한 명.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에선 이 군인의 이름이 이철남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X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공개한 북한군 포로 중 한 명.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에선 이 군인의 이름이 이철남이라고 주장했다. 사진 X 캡처

젤렌스키는 "(생포된 북한군 외에 전장엔) 의심의 여지 없이 더 많은 북한군이 있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군이 다른 북한군을 생포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군이 북한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푸틴은 3년 전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최후 통첩을 보내고 역사를 다시 쓰려 했지만, 지금은 평양의 군사지원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다만 그는 "귀환을 원하지 않는 북한군에게는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며 귀순 가능성을 열어뒀다. 젤렌스키의 이같은 제안에 대해 13일 러시아 크렘린궁은 논평을 거부했다고 타스 통신이 이날 전했다.  

젤렌스키는 생포 장병에 대한 2분 55초 분량의 신문 영상을 공개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해당 영상에서 북한군 병사 한 명은 동원 과정에 대해 "(지휘관들이 파병이 아닌) 훈련을 실전처럼 해본다고 했다"며 우크라이나 파병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이 병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이렇게) 다 좋은가"라고 물은 뒤 "여기(우크라이나)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공개한 또 다른 북한군 포로. 그는 우크라이나 잔류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 X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공개한 또 다른 북한군 포로. 그는 우크라이나 잔류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진 X 캡처

 
다른 병사는 턱에 부상을 입고 붕대를 감아 말이 불가능했지만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는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영상 속 신문은 한국어를 하는 남성 통역이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당국은 한국 국가정보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생포한 북한군이 각각 2005년과 1999년생이라고 밝혔다. 한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에는 "턱을 다친 병사가 평양 출신의 1999년생 이철남이며, 북한군 총참모부 정찰국 5대대 소속이"라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글이 올라왔다.  

채널에 따르면 지난 8일 첫 교전을 벌여 총 14명이 전장에 투입됐으나, 이철남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했다고 한다. 또 이철남의 진술 내용이라며 "북한군 병사들은 러시아에서 지급받은 AK-12 소총과 북한에서 갖고 온 60㎜ 박격포로 무장했으며 사기가 높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북한군 포로 교환 제안이 실현될지는 불확실하다. 북한군이 러시아군 소속으로 인정되면 국제법상으론 러시아로 송환되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지금까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공식 인정한 적이 없다. 

우크라이나 잔류 의사를 밝힌 북한군에 대한 처리법도 논의가 필요한 지점이다. 한국 통일부 역시 이날 생포된 북한군의 한국 송환 가능성에 대해 "국제법 등 법률적 검토와 함께 관계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는 북한군 진지에 투항을 권유하는 한글 전단을 공중에 살포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12일 보도했다. 이 전단에는 "무의미하게 죽지마라! 항복하는 것이 사는 길이다"라고 적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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