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치닫는 개혁신당 내홍…허은아 “尹 닮아가” 이준석 “망상”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왼쪽)·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스1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왼쪽)·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뉴스1

 
개혁신당의 내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당의 대주주 격인 이준석 의원이 허은아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허 대표가 이를 거부하며 “상왕 정치”라고 비판하면서 당 전체가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허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시스템 아닌 힘이 개혁신당을 이끄는 기준이 됐다”며 “이른바 대주주 비위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나를) 쫓아내려 하는데 이 의원은 상왕 정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당 대표를 허수아비 만들려는 상왕 정치를 중단하라”고 했다. 

허 대표는 “지금 상황은 2022년 국민의힘 상황과 다를 게 없다”며 “당 대표가 이준석 아닌 허은아고, 대주주가 윤석열 대통령 아닌 이준석”이라는 주장도 폈다. 국민의힘 대표로서 2022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를 연거푸 승리로 이끈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빚은 끝에 결국 ‘당원권 정지’ 중징계를 받은 뒤 그해 8월 대표직을 박탈당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허 대표에게 상왕이라고 지칭 받을 정도의 행위를 한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못 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저는 그런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이 사태가 조기에 정리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당원소환제를 통해 허 대표를 해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페이스북엔 “망상으로 계엄한 광인 하나 때문에 국가가 혼란한데 망상을 버리라”고 적었다.

이날 최고위에선 친이준석계 지도부의 반격도 이어졌다. 허 대표의 왼쪽 옆에 앉아 있던 천하람 원내대표는 “(허 대표와 이 의원 간) 다툼의 본질은 지난 총선 때 허 대표가 비례대표 공천을 못 받았던 것”이라며 “당직자들은 ‘허 대표가 당을 허은아 의원실처럼 운영하려 한다’고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또 “당직자나 사무총장이 반론이 있어 바로 잡으려 할 때도 ‘내가 대표인데’라는 식으로 밀어붙이려고 한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친이준석계 최고위원들도 거들었다. 이기인 최고위원은 “허 대표는 이 모든 사안이 자신을 향한 음해이고 모략이라고 착각한다. 망상도 이 정도면 병”이라고 했고, 전성균 최고위원은 “허 대표가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기를 하는 윤석열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직격했다.

허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냈고,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아’로 활동하면서 이 의원과 함께 개혁신당에 합류한 인물이다. 탈당하면 직을 잃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지만 임기 5개월여를 남기고 지난해 1월 국민의힘을 탈당하면서 신당을 차리는 이 의원에 힘을 보탠 것이다.

하지만 허은아 대표와 이준석 의원의 허니문 기간은 길지 않았다. 허 의원은 개혁신당의 실질적 대주주인 이 의원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지난해 5월 대표로 선출됐지만 이후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 등의 정책 노선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결정타는 지난달 16일 허 대표가 이 의원의 최측근인 김철근 전 사무총장을 전격 경질한 일이었다.

이후 이 의원은 공개적으로 허 대표를 비판해왔고, 사실상 친이준석계로 채워진 지도부도 허 대표와 각을 세워왔다. 갈등이 계속되던 상황에서 허 대표가 지난 10일 의사 출신 국회의원인 이주영 전 정책위의장을 전격 해임하고, 정성영 서울 동대문구의원을 새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갈등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