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한국 고용과 달리 미국 노동시장엔 훈풍…왜?

찬바람이 부는 한국의 고용시장과 달리 미국엔 고용시장 과열 조짐까지 보인다. 지난달 일자리가 시장 전망치를 큰 폭으로 웃돌면서다. 내수 부진에 빠진 한국과 달리 미국은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서비스업이 호조를 보였다.

지난 5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헬스장에 채용 공고가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헬스장에 채용 공고가 붙어 있다. AP=연합뉴스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보다 25만6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5만5000명)를 큰 폭으로 상회한다. 앞서 11월(22만7000명)은 물론 지난해 2~3분기 월평균 증가 폭(약 15만명)과 비교해도 많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4.1%를 기록하면서 10월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 실업률(4.9%), 유로 지역 평균(6.3%) 등보다 낮은 사실상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반면 국내 노동시장은 둔화에 빠졌다. 지난해 11월 취업자 수는 288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만3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월 증가 폭(8만3000명)보다 소폭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10만명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같은 달만 해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7만7000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11월엔 건설업(-9만6000명), 제조업(-9만5000명), 도‧소매업(-8만9000명) 취업자가 대폭 감소한 게 특징이다.

내수 온도 차에 서비스업 일자리 희비

한국과 미국 고용시장의 극명한 온도 차를 가른 건 내수다. 미국만 좋은 경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고용시장으로 그 여파가 전이됐다. 미국의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3.1%(전기 대비 연율)로, 2분기(3%)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3%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는 2%대 초반에 머물 것이라는 기획재정부와 국내외 기관 전망과 비교하면 특히 높은 수준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의 고용 증가를 주도한 건 헬스케어‧사회서비스(7만명), 레저‧여가(4만3000명), 정부(3만3000명) 부문이다. 주로 내수 서비스직 위주의 고용이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사업 서비스(2만8000명), 금융(1만3000명), 정보기술(1만명) 등에서 일자리가 늘면서 강세를 더했다. 내수 위주의 서비스직과 인공지능(AI) 등 기술 산업 투자 호황이라는 결과가 세부 고용지표에서 모두 나타났다. 도·소매업 취업자가 대거 감소한 한국과 상반된다.


돈 빨아들이는 미국, 일자리도 늘어

미국은 전 세계의 투자 수요를 빨아들이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워싱턴무역관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외국인 직접투자(FDI‧1조2810억 달러) 가운데 미국에 대한 투자 비중이 24.9%를 차지했다. 2위인 중국(14.1%)을 크게 앞선다. ‘미국 내 자금조달→설비투자 확대→고용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이어 곧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 전략을 강화할 경우 해외 기업의 미국 진출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기업이 미국에 들어와 공장을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제조업 일자리뿐 아니라 서비스업 일자리까지 확대하는 요인”이라며 “여기에 고용 유연성을 바탕으로 IT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거치다 보니 혁신기업도 미국에서만 나오고 있다. 상당 기간 미국의 고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