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러 파병 북한군 3천명 사상…정찰총국도 대규모 파병"

국가정보원이 13일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사상자 수가 30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 군인 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군인은 턱을 다쳐 서면으로 심문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 군인 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군인은 턱을 다쳐 서면으로 심문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국정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북한군의 교전 참여 지역이 쿠르스크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피해 규모는 사망자는 300여명, 부상자는 2700여명으로 사상자 수가 3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고 보고했다. 이어 “북한군 전투 영상을 분석한 결과 원거리 드론에 대한 무의미한 조준 사격과 후방 화력 지원 없는 돌격 전술 등 현대전에 대한 이해 부족, 러시아 측의 북한군 활용 방식이 결과적으로 대규모 사상자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고 했다. 여야 정보위 간사인 국민의힘 이성권ㆍ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국정원 현안 보고를 통해 북한의 대외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의 러시아 파병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생포된 북한군 2명의 진술 내용을 확보했는데, 이들은 “정찰총국 소속 전투원 2500여명과 동반 파병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기존에 알려진 파병 북한군은 1만1000여명이었고, 파병된 북한군 고위 장성 셋 중 이창호 정찰총국장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찰총국은 대남 및 해외 공작과 정보 수집ㆍ분석이라는 기밀 임무의 특성상 북한 매체에도 노출된 사례가 거의 없다. 김정은의 직속 기관으로, 예하에 간첩뿐 아니라 남한 침투군과 특수전 요원 등도 배치돼 있다고 한다. 과거 천안함 폭침 도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시도,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등을 주도했거나 관여했다. 정보당국은 정찰총국 소속 병사들이 다른 파병 북한군을 감시하거나 남한을 타깃으로 한 현대전 기술 습득이 주된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생포 병사들은 북한 당국이 파병 급여에 대한 약속 없이 ‘영웅으로 우대 대우한다’는 공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성권 의원은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고 입장 표명한 것 없다”면서도 “국정원은 포로의 한국 귀순 요청이 오면 우크라이나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북한군 전사자의 품에서 발견된 메모엔 병사들이 파병을 통해 노동당 입당이나 사면 등을 기대하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또 북한 당국이 생포 위기에 처할 경우 자폭이나 자결을 강요하는 내용도 메모에서 발견됐다. 최근 생포 위기에 처한 한 북한군 병사는 수류탄을 꺼내 “김정은 장군”을 외치며 자폭을 시도하다 사살됐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에 “우크라이나에 정보사 등 군 파병은 전혀 없다”고도 보고했다. 지난 9일 내란특검법을 재발의한 민주당은 국군의 국회 동의없는 ‘해외분쟁지역 파병’ 등을 ‘외환 행위’라며 수사 대상에 추가했는데, 국정원의 보고는 이와 배치되는 내용이다.

국정원은 “북한 당국의 함구령에도 북한 내부 파병 소식이 암암리에 확산 중”이라며 “파병군 가족들은 자신을 ‘노예병’ ‘대포밥’이라며 자조와 걱정을 토로하는 반면,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러시아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민생 개선을 기대하는 상반된 반응이 관찰된다”고 보고했다. 또 “이에 대해 북한 당국이 파병군 가족의 식량과 생필품 등 물질적 보상을 제공한 정황도 포착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경축공연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 경축공연이 평양 5월1일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방러 추진,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 시도할 듯”  

국정원은 북한의 러시아 밀착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은 “북한이 당분간 대(對)러시아 추가 무기 지원 및 파병을 통한 군사 경제적 반대급부 확보에 매진하면서 올해 상반기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은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면서 "김정은동지께서 (이를)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하시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미사일총국은 1월 6일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면서 "김정은동지께서 (이를) 화상감시체계로 참관하시었다"라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곧 출범할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해선 지난해 말 개최한 8기 11차 당 전원회의를 통해 강경입장을 공식화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6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에 대해서도 “최강경 대미 대응 전략의 첫 번째 행보로서, 미군 견제 자산을 과시해 트럼프 진영의 시선을 끌 목적도 있었다”고 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트럼프 1기’의 주요 성과로 꼽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이후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정원은 “미국이 단기간에 완전한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되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핵 동결과 군축 같은 작은 규모의 협상, ‘스몰 딜’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는 트럼프 1기 때처럼 소극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있다. 한국 정부를 배제한 일방적인 북핵 거래의 소지를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윤석열 정부와 미국 바이든 정부가 함께 추진해 온 한미 확장억제의 장래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총력을 기할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을 종식하고 대외 개입은 최소화하면서 전방위적인 대중국 압박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동맹국들에 중국 압박 동참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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