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우종수(57) 본부장이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역사에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다”며 내부 결속을 다진 것으로 16일 파악됐다. 지난 10일 서울‧경기남부‧경기북부‧인천 등 수도권 4곳 광역수사단(광수단) 지휘부가 모인 자리에서다.
경찰은 전날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 집행에 앞서 지난 10일과 13일, 14일까지 총 세 차례 광수단 지휘부 회의를 진행했다. 각 회의에선 체포영장 집행 관련 구체적인 임무와 집행 방법 등이 논의됐다. 첫 회의는 우 본부장이 직접 주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체포영장 집행에 4곳 광수단 인력과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등 약 1100여명을 동원했다.
복수의 회의 참석자들 설명에 따르면 우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경찰로 살아온 궤적이나 현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체포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훗날 역사에 오점을 남기거나 부끄러운 사람이 되고 싶지 않고, 부끄러운 역사의 한 장면에 남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최근 우 본부장은 오는 3월 28일 임기가 만료되는 점을 언급하면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겠나”는 말을 주변에 했다고 한다.
우 본부장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의 핵심 역할은 경찰에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한 광수단 관계자는 “우 본부장은 ‘이건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정당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므로 경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작전회의에서 ‘전장(戰場)’ 파악의 필요성을 공유했다고 한다. 1100여명의 집행 인력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려면 한남동 관저 구역 내부 지형을 속속들이 알아야 한단 이유에서다. 실제 15일 집행 때는 지난 3일 1차 시도 때 관저 진입 경로만이 아니라 주변 지형을 파악해 또 다른 진입 루트를 파악했다. 이어 매봉산 등산로 등 산길 2곳에 100명 남짓의 별동대를 투입하기로 했다. 다만 집행이 5시간여 만에 종료되면서 별동대 내부 진입이 이뤄지진 않았다.
경찰은 2차 집행 때 경호처의 버스차벽‧철조망 등을 파훼하기 위해 사다리‧절단기뿐만 아니라 특수 견인차도 준비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경호처의 적극적인 제지가 없었다”는 게 현장 진입 경찰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철조망도 1차 저지선에만 2겹으로 설치돼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등 절단이 의미가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차벽으로 세워진 버스는 문이 열려있을뿐더러 열쇠 또한 내부에 놓여 있었다. 한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저항을 거세게 하려면 철조망을 겹겹이 쌓고, 버스도 촘촘하게 세웠어야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엉성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관저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줬을 정도로 느껴졌다”고 할 정도였다. 경찰‧공수처는 차벽이 설치된 2차 저지선을 우회해서 통과했는데, 이곳에 있던 경호처 직원은 이를 저지 않고 지켜만 봤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호처가 총기를 소지할까 봐 우려했었는데, 총기는커녕 경호관들이 서 있는 모습도 보질 못했다”고 했다. 앞서 국수본은 “저항하면 현행범 체포, 협조하면 선처(13일 브리핑)”하겠다고 경호처에 알렸는데 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경찰 안팎에서 나온다.
결국 경찰‧공수처는 1차 저지선을 넘은 지 약 40분 만인 전날 오전 8시10분쯤 윤 대통령 지근거리에 닿을 수 있었고, 오전 10시33분쯤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