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데다 근원 물가는 둔화 흐름을 보이면서 자본시장이 일제히 환호했다. 비트코인은 10만 달러를 다시 넘어섰고, 뉴욕 증시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금리 인하 기대에 국제유가마저 오름세를 나타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CPI는 전월 대비 0.4%,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2.9%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보다 0.2% 오르면서 시장예상치(0.3%)를 하회했다. 근원 CPI는 8월부터 매달 0.3%씩 오르다가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줄었다.
근원 물가를 중심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에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다. 토마스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미 CPI 발표 이후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를 보인 상황에서 물가상승률마저 높을 경우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두드러진 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이다. 미국의 물가 발표 이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10만866달러까지 상승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3일만 해도 9만 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등 가격 하락세를 보였지만 곧장 가격을 회복했다. 16일 오후 6시를 기준 9만8000달러대로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24시간 전보다 1.5% 높다. 또 다른 암호화폐인 리플의 경우 3달러를 돌파하면서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급등하는 등 주식시장도 호응했다. 이날 다우존스(+1.65%), S&P500(+1.83%), 나스닥(+2.45%)이 일제히 오름세로 마감하면서다. 모두 지난해 11월6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특히 테슬라가 8.04% 급등한 428.22달러에 거래를 마치면서 올해 최고가를 경신했고, 엔비디아(3.37%), 마이크로소프트(2.56%) 등 대형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이어졌다. 국내 주식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16일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전 거래일보다 1.23%, 1.77% 상승하면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마저 가격 오름세 대열에 합류했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3.3% 오른 배럴당 80.04달러에 마감했다. 80달러를 넘어선 건 지난해 8월 12일 이후 5개월여 만이다. 브렌트유(82.03달러)와 두바이유(82.24달러) 가격도 모두 오르면서 3대 유가가 모두 80달러를 넘겼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되살아나면서 원유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여기에 달러까지 약세를 보이면서 원유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유는 달러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구매자의 수요가 늘 수 있다. 다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을 타결하면서 중동 지역 긴장 완화로 인해 국제유가가 하락 추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정책에 있어 중요한 코어 소비자물가가 완만하지만 꾸준한 둔화세를 보였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걸 뒷받침했다”며 “Fed의 금리 인상에 대한 강경 태도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투자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