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자동차 천장에 튈 정도로 때려'...태국 관광객 납치·살인 주범, 모두 중형

지난해 태국 언론이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하고 파타야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했다. 사진 더 네이션 캡처

지난해 태국 언론이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하고 파타야 저수지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했다. 사진 더 네이션 캡처

지난해 태국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일당 3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처음 만난 피해자를 살해하고 돈을 빼앗은 뒤, 암투병 중인 피해자 부모까지 협박해 돈을 받아내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태국 관광객 강도살인 일당 중형  
창원지법 제4형사부(김인택 부장판사)는 16일 강도살인, 시체 은닉·손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28), B씨(40), C씨(27)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 3명에게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함께 명령했다.

A씨 등은 지난해 5월 태국 현지에서 금품을 뺏을 목적으로 30대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한 뒤 피해자를 마구 폭행해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납치 후 55분간 무차별 폭행

태국 파타야에서 공범 2명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태국 파타야에서 공범 2명과 함께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A 씨가 지난해 7월 12일 오후 경남 창원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재판부에 따르면 A씨 등 3명은 지난해 5월 3일 오전 2시25분쯤 태국 방콕의 한 클럽에서 술에 취한 피해자를 미리 준비한 승용차에 태워 납치했다. A씨는 저항하는 피해자 목을 조르고 얼굴을 구타했다. C씨도 미리 준비한 케이블타이로 피해자를 결박하려 하면서 때렸고, 운전하던 B씨 역시 차를 멈춘 뒤 폭행에 가담했다.

재판부는 A씨 등 폭행이 납치 장소에서 방콕의 한 콘도로 이동하는 55분 동안 이어졌다고 했다. 자동차 천장에 피가 튈 정도로 무자비한 폭행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피해자는 혈액순환 장애 등으로 숨졌다.


A씨 등은 앞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을 목적으로 해외에 머물던 이들은 돈벌이가 여의치 않자 강도 범행에 나섰다고 한다. 태국에 온 한국인 관광객에게 술과 수면제 또는 약물을 먹여 강도질을 하려고 공모했다. 관광객들이 현지 클럽에 갈 모임을 구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하던 중 피해자와 접촉, 클럽에서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DNA 남았을까 봐…손가락 잘라 시신 유기

지난해 5월 11일(현지시간) 밤 태국 경찰이 태국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시멘트로 메워진 검은색 플라스틱 드럼통 안에 한국인 관광객 A씨(34)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진 태국 데일리뉴스 캡처

지난해 5월 11일(현지시간) 밤 태국 경찰이 태국 파타야의 한 저수지에서 시멘트로 메워진 검은색 플라스틱 드럼통 안에 한국인 관광객 A씨(34)의 시신을 발견했다. 사진 태국 데일리뉴스 캡처

이들은 태국 파타야에서 피해자 시신을 고무통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넣은 뒤 저수지에 버려 은닉한 혐의도 받았다. 

시신을 훼손한 혐의도 적용됐다. 피해자 손가락에 자신들의 DNA가 묻어 향후 범행이 발각될 것을 우려, 손도끼와 철근 절단기로 피해자의 손가락을 모두 자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계좌에서 370만원을 대포통장으로 불법 이체했다. 이뿐만 아니라 며칠 뒤인 5월 7일 한국에 있는 피해자 부모에게 전화해 “아들이 태국에서 우리 마약을 강에 버려 손해를 보았으니 아들 명의 계좌로 1억원을 보내지 않으면 손가락을 자르고 장기를 팔아버리겠다”고 협박, 추가로 돈을 뜯어내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도 받고 있다.

범행 부인하고 공범에게 떠넘겨

지난해 태국에서 한국인을 살해·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3인조 중 국내에서 체포된 C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태국에서 한국인을 살해·유기하고 도주한 혐의를 받은 3인조 중 국내에서 체포된 C씨가 1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 등은 범행 직후 도주했다. 국내에 들어와 있던 C씨가 지난해 5월 12일 전북 정읍에서 가장 먼저 검거됐다. 범행을 계획하고 주도한 A씨는 같은 해 7월 10일 캄보디아에서, 연장자인 B씨는 9월 24일 베트남에서 체포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들 3명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거나 공범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인택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낯선 외국에서 이유도 모른 채 구타를 당해 34살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며 “피해자 아버지는 협박받을 당시 항암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이었고, 결국 지난해 11월 사망하는 등 피해자 가족은 충격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진지한 반성은커녕 다른 피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해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유족 “범인들 가석방 가능…동생은 돌아올 수 없는데”

지난해 6월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누나)이 창원지법에서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체포된 공범 1명에 대한 첫 공판을 마친 직후다. 안대훈 기자

지난해 6월 태국 파타야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누나)이 창원지법에서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체포된 공범 1명에 대한 첫 공판을 마친 직후다. 안대훈 기자

재판 직후 피해자 누나는 법정 밖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무기징역 등은 일정 형기를 채우면 가석방이 가능하다. (피고인들) 앞의 전과 때도 다 살지 않고 나왔었다”며 “하지만 제 동생은 이제 돌아올 수 없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40살에 낳은 막내아들을 잃은 아버지는 암투병 중 돌아가셨고, 어머니도 제정신이 아니시다”며 “형량이 동생 죽음과 비교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검사와 상의해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특정중대범죄사건은 재판 중이더라도 피고인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