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웨스팅하우스 분쟁 타결…체코 등서 ‘팀코러스’로 협력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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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 기자 사진 김원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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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2022년부터 2년 넘게 끌어온 지식재산권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로 합의했다. 

16일 원자력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한국전력, 웨스팅하우스는 지재권 분쟁 절차를 중단하기로 하고 향후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한수원과 한전, 웨스팅하우스는 웨스팅하우스의 지분을 갖고 있는 캐나다 핵연료 회사 카메코와 함께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오는 3월로 예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의 최종 계약도 사실상 확정되는 분위기다. 한수원이 최종적으로 체코 원전 건설 계약을 따내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 수주가 이뤄지게 된다.  

한수원 컨소시엄(한수원·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은 지난해 7월 24조원 이상의 규모 체코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일찌감치 탈락한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최신 한국형 원전 APR1400이 자사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한수원의 수주에 제동을 걸어왔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APR1400의 국산화에 성공했다며 독자 수출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향후 한국의 원전 수출 시 번번이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에 발목잡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체코 정부가 한국과의 원전 협력 의지를 강력히 밝혀오기는 했지만, 법적 분쟁 장기화에 따른 부담이 체코 정부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어서였다. 


이에 한수원은 분쟁을 이어가기보다는 협상 타결을 통해 ‘팀 코러스‘(Team Korea+US)로 글로벌 수출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쟁 해소 분위기는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미 기간인 지난 8일(현지시간) 한미 양국 정부가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업무협약(MOU)’을 정식 체결할 때부터 나타났다. 안 장관은 “양쪽이 서로 발목을 잡고만 있다”며 “이번에 한미 정부 간 합의를 통해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큰 시장에 같이 가서 조인트 파트너십으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민간에서도 문제를 건설적으로 잘 풀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다”며 “이렇게 되면 3월에 우리가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큰 문제 없이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지재권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원전업계에서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 수출과 관련해 웨스팅하우스에 로열티 또는 일감을 주고, 향후 유럽과 중동 등 원전 수출도 공동으로 추진하는 내용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자력학과 교수는 “원전 시장이 확대되는 가운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미 양국이 손잡은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한수원은 중동, 웨스팅하우스는 유럽, 이런 식으로 업권을 나누거나 수주에 공동으로 진출한다면 한국 기업에 돌아가는 이익은 적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