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때처럼 '싸우는 尹'…재판서 불리해질 것 알면서도 왜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출석하던 모습. 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끊임없이 이의 절차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될 당시 “법이 무너졌다”고 말한 윤 대통령은 체포적부심사를 신청했지만 16일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체포영장 이의신청(5일), 정계선 헌법재판관 기피신청 및 헌법재판소 변론기일 이의신청(13일)을 꾸준히 냈고, 법원과 헌재는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같은 모습을 두고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싸우는 윤석열, 탄압당하는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줘 지지자를 결집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각될 가능성이 큰 걸 알면서도 계속 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 인사는 “오랜 기간 법을 다뤄온 윤 대통령도 이같은 이의 신청이 향후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그냥 당하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지 않으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 뒤 약 43일간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머물 때도 ‘싸우는 윤석열’ 메시지에 집중했다. 탄핵소추 전인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를 시작으로 지난 1일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도 윤 대통령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는 상당 부분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에 앞서는 등 계엄 직후와는 정반대의 여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보수 성향 인터넷 언론사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선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40%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 체포를 주장하며 청구한 체포적부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가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불법 체포를 주장하며 청구한 체포적부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여론조사 흐름에 대해 “공수처와 수천 명의 경찰에게 체포를 당하고, 법원에 이의신청이 기각당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일부 대중이 윤 대통령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비해 약자라 느끼며 동정표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020년 12월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이었을 때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와 징계조치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내며 ‘싸우는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줘 지지를 받았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1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던 모습. 당시 윤 대통령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징계 관련 소송전을 벌였다. 임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12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던 모습. 당시 윤 대통령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징계 관련 소송전을 벌였다. 임현동 기자

 
당시 검찰총장 윤석열에 대한 추 장관의 직무배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던 결정문에 포함된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 맹종해선 안 된다”는 문구는 이후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강공 모드’에 대한 여권의 우려도 적지 않다. 계속된 법원의 기각 결정이 “공수처 수사가 정당하다”는 야당의 주장에 명분을 주는 역풍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해 탄핵된 윤 대통령의 법적 상황이 검찰총장 때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불리하기 때문이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체포적부심이 기각됐다는 건, 앞으로의 길이 상당해 험해진다는 뜻”이라며 “진즉에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았다면, 체포도 피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목 권한대행 ‘국가범죄 시효 배제법’ 거부권 검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사기관의 증거 왜곡 등을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규정하고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반인권적 국가 범죄의 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거부권)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법안을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해 검사에게 보복하는 법”이라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