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자 문학인이었던 정규웅 씨가 18일 별세했다. 83세. 고인은 서울대 영문과 졸업 후 중앙일보에 입사해 1970년대 문학 담당 기자만 10년을 했다. 이후 문화부장, 편집국장 대리,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입 속의 검은 잎'을 쓴 기형도 중앙일보 기자의 문화부장이기도 했다. 1981년엔 중앙일보에 연재되던 작가 한수산의 소설 중 "정부의 고위관리가 이상스레 촌스런 모자를 쓰고 (후략)" 구절을 문제 삼은 당시 전두환 정권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3박 4일 고초를 겪으면서도 "순수한 문학 작품"이라고 작가를 옹호했다고 유족 측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전했다. 유족 측은 통화에서 "고문을 당하고 중앙일보로 돌아왔는데 온몸이 검붉고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고인은 당시 소회를 원고지 200매 가량으로 남겼지만, 혼자만 간직했다고 한다.
고인은 등단 평론가이기도 했다. 『휴게실의 문학』 『오늘의 문학현장』 『글동네 사람들』 『글동네에서 생긴 일』 등 문학계 안팎의 평론 및 이야기를 남겼고,『나혜석 평전』등을 집필하기도 했다. 해외 문학 번역 작업도 활발히 했는데, 에드거 앨런 포의 시집 『애너벨 리』와 펄 벅의 『케네디 가의 여인들』등이 그의 손을 거쳐 한국어로 출간됐다. 추리소설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그림자놀이』 『피의 연대기』 등 몇 편의 추리소설을 직접 쓰기도 했다.
그가 『글 속 풍경, 풍경 속 사람들』에 남긴 구절, "내 생에 있어서 문학이 어떤 의미로 존재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전달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라는 구절에서 그의 문학에 대한 애정을 가늠할 수 있다.
1980년대 초에는 계간 문예지 문예중앙의 편집 책임을 맡기도 했다. 1984년부터 2년간은 MBC의 '독서토론'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약했고,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공연윤리위원회 위원, 방송위원회 심의위원으로도 일했다.
고인의 누나는 저명한 소설가 정연희 씨다. 유족 측은 "문학에 대한 순수한 사랑으로 가득하셨던 분"이라며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에 (숙환으로 내색은 어려웠지만)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족으론 부인 이경자씨, 아들 정현우 씨 등 2남 1녀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장례식장, 발인 21일, 031-900-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