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가장 큰 대목이라는 설을 앞두고도 소상공인들이 울상이다. 고물가에 탄핵 정국이 길어지면서 명절 소비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환율이라는 복병까지 가세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다. 지난해 10월 1.3%에 이어 11월 1.5%, 12월 1.9%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고환율이 지속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당초 예상(1.9%)보다 높은 2%대에 진입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를 결정 짓는 신선식품의 가격 상승 폭이 크다. 지난달 채소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7% 올랐고 수산물 물가상승률(3.1%)도 평균을 웃돌았다. 소상공인들이 매입하는 도매 물량 가격도 올랐다는 의미다.
수입산 신선제품 가격도 고환율과 물류비 상승의 영향으로 일제히 올랐다. 차례상 단골 메뉴인 조기는 수입산 한 박스(4㎏,냉동) 도매가가 지난해 설 대비 23% 오른 3만6000원이다. 지난해 초 달러당 1312원(1월 2일 기준)이었던 환율이 이달 들어 1470원선까지 치솟으며 줄곧 1430원대를 웃돈 영향이다. 비슷한 크기의 국내산은 10만원이 넘는다.
도매가격이 올랐다고 판매가를 바로 올릴 수도 없다. 가락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김모(50)씨는 “가격을 올리면 비싸다고 아예 사지 않으니 기존 값을 유지하고 있지만, 팔아도 남는 게 거의 없어 더 힘들다”라며 “치솟는 환율이 피부에 바로 와 닿는다”고 토로했다. 설을 나흘 앞둔 25일 기준 가락시장 수입산 홍어 도매가격은 한 상자(10㎏,상품)에 10만원이 넘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7만원 선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일 발표한 소상공인(800명) 대상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5%는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이유로 꼽았다. 아예 장사를 접는 소상공인도 크게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폐업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은 1조308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빚을 못 갚는 소상공인도 역대 가장 많다. 지난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소상공인 빚을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2조4005억원으로, 전년보다 40% 늘었다.
정부도 설을 앞두고 온누리상품권 할인 및 환급, 과일 선물세트 직공급(상인 대상 할인판매) 등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선 ‘단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윤일 가락몰수산유통인협의회 부조합장은 “당장은 그런 지원이 반갑지만, 사실 반짝 모객에 그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정부와 지자체의 온누리상품권 할인과 숙박 쿠폰 등이 전반적으로 경기 부양 효과를 주긴 하지만 소비 심리가 회복되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며 “92.3%의 소상공인이 추가경정예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정부가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내수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