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간 아이 30만명 받았다…부산 미래유산 선정된 '이 병원'

일신기독병원에서 지난해 12월 13일 30만 번째 아이를 낳은 이혜람 씨가 병원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일신기독병원

일신기독병원에서 지난해 12월 13일 30만 번째 아이를 낳은 이혜람 씨가 병원 관계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일신기독병원

73년 동안 30만명이 넘는 아이가 태어난 병원이 있다. 이 병원에서는 3대가 잇따라 태어나기도 했다고 한다. 부산시 동구 좌천동에 있는 일신기독병원 이야기다. 

27일 부산시와 일신기독병원측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는 지난 24일까지 30만61명이 태어났다. 부산 사하구민(29만2700명)보다 많은 숫자다. 

이 병원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2년 호주장로교 선교사이자 의료인인 맥켄지 자매(매혜란·매혜영)가 설립했다. 일신기독교선교회 배요한 사무부장은 27일 “6.25 전쟁으로 의료기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부산진교회 일신 유치원 건물을 임차해 침대 몇 개 놓고 개원했다”며 “1955년생에서 1974년생까지 베이비붐 세대라고 하지만 당시 병원 규모가 작아서 출생아 수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10만번째 아이 태어나기까지 30년 

병원 설립 후 10만 번째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30년이 걸렸다. 1982년 10만 번째로 태어난 허윤희씨는 현재 부산시의회에서 근무하고 있다. 허씨도 중학교 3학년, 초등학교 5·6학년인 세 자녀를 이 병원에서 낳았다.  

그 후 병원 규모 확대, 높은 출산율 덕분에 20만 번째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12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배 사무부장은 “1992년 10월 20일 하룻밤에만 일신기독병원에서 46명이 태어났다”며 “현재 하루에 1~2명 태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30배가량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1994년 20만 번째로 태어난 신민원씨는 현재 서울 상계백병원에서 소아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신씨 어머니 김소임씨는 “딸이 20만번째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그게 영향을 미쳤는지 전공을 소아과로 선택했다”며 “다복한 우리 집 기운을 받아서 부산이 다시 아이들로 북적거리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3대가 태어난 집안도 있다. 1967년 일산기독병원에서 태어난 이모씨는 1995년 딸을 이 병원에서 낳았고, 2024년에는 손녀도 같은 병원서 태어났다고 한다. 이씨는 현재 일신기독병원 전산부서에서 근무하는 등 특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경남 의령군 10남매’ 가족으로 알려진 박성용(51)·이계정(49)씨 부부 역시 10남매 중 셋째(2007년생)부터 아홉째(2021년생)까지 7명을 이곳에서 분만했다.

30만 번째 아이 태어나기까지 또 30년…분만병원 3개 중 2개 분만 중단 

부산에서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난 일신기독병원. 사진 일신기독병원

부산에서 가장 많은 아이가 태어난 일신기독병원. 사진 일신기독병원

출산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지면서 30만 번째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다시 30년이 걸렸다. 2024년 12월 13일 30만 번째 남자아이를 낳은 이혜람씨는 “많은 지인에게 축하를 받으면서 새삼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아이를 건강하고 착하게 키워야겠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일신기독교선교회 산하 4개 병원 중 분만을 하던 3개 병원 중 2개 병원이 지난해 분만을 접었다. 배 사무부장은 “병원 식구들끼리 ‘다음 40만둥이는 언제쯤 태어날지 까마득하다’는 얘기를 나누곤 한다”며 “출산율이 나날이 떨어지고 있지만, 일신기독병원은 여성과 영유아를 위해 끝까지 분만병원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신기독병원은 70년간 여성·아동 진료에 힘쓴 점을 인정받아 2022년에 부산 미래 유산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