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반 속 타닥타닥 불똥"…국토부 "보조배터리 섣불리 추정 못해"

검게 탄 에어부산 여객기. 비상구 아래로 탈출용 슬라이드가 보인다. 연합뉴스

검게 탄 에어부산 여객기. 비상구 아래로 탈출용 슬라이드가 보인다. 연합뉴스

 지난 28일 밤 부산 김해공항에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의 화재 원인으로 휴대용 보조배터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내 수하물을 올려놓은 선반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증언이 나오는 데다 유사한 사고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불은 기내 뒤쪽 선반에서 시작됐다. 당시 기내에서 근무 중이던 승무원이 “항공기 좌석 28열 오버헤드빈(머리 위 선반)에서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에어부산 측에 보고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반 속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난 뒤 연기가 났고, 불똥이 떨어졌다는 승객의 증언도 있다. 이 때문 항공업계 안팎에선 승객이 머리 위 선반에 넣은 기내 수하물 속 보조배터리가 압축되면서 불이 난 것 아니냔 추정이 나오고 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국제항공운송협회(ITA) 규정과 국내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리튬배터리는 위험물로 분류돼 위탁수하물은 물론 기내 휴대도 기본적으로 금지된다.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기내 좌석 위 선반에서 붉은 화염이 포착된 모습. 뉴스1

지난 28일 화재가 발생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 BX391편 기내 좌석 위 선반에서 붉은 화염이 포착된 모습. 뉴스1

 
 다만 탑승객이 사용할 목적에 한해 소량 운송이 허용된다. 보조배터리의 경우 용량이 100Wh 이하면 5개까지 별 제한 없이 기내반입이 가능하다. 100Wh 초과∼160Wh 이하일 경우에는 사전에 항공사 승인을 받으면 2개까지 반입할 수 있다.  


 하지만 보조배터리를 화물칸에 실리는 위탁수하물에 넣어서는 안 된다. 리튬배터리는 충격과 압축, 과열로 인해 내부 화학반응이 촉진돼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데 자칫 화물칸에서 이로 인해 불이 날 경우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조배터리로 인한 항공기 화재사고는 국내외에서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엔 김포발 제주행 아시아나 항공기의 기내 선반 안에 있던 가방 속 보조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승무원들의 기민한 초동대처로 불상사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1월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이륙을 준비 중이던 싱가포르행 스쿠트항공 여객기에선 승객이 갖고 있던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가 폭발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불이 좌석에 옮겨붙었고, 비행기 이륙이 지연됐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조배터리를 많이 언급하고 있지만, 정밀하게 조사하기 전에는 원인을 섣불리 추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선반 안에 있던 보조배터리나 전자담배 훈증기 같은 물건에서 불이 났을 수 있지만, 기내 상부의 전기 합선 등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전기 합선이라면 기체 결함이나 정비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토부는 또 화재 당시 승객이 승무원의 지시 없이 비상구를 임의로 열었는지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불리 비상구를 열었다간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28일 부산 김해공항에서 홍콩행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엔진이 가동 중이었다면 자칫 승객이 빨려 들어갈 수 있고, 비상 슬라이드가 파손돼 승객 대피에 오히려 지장을 줄 가능성도 거론된다. 

 화재 당시 기내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은 경위도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에어부산 측은 “별도의 안내방송을 할 시간적 여력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뤄진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사태가 급박할수록 승객들에게 상황을 빨리 알리고, 승무원의 지시에 적극적으로 따라달라는 안내방송이 비상대피에 유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