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 우주에서 왔다? 소행성 '베누'서 DNA 성분 발견

 

2020년 소행성 베누의 샘플을 채취한 뒤 2023년 9월 4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 귀환한 오시리스-렉스를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회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소행성 베누의 샘플을 채취한 뒤 2023년 9월 4일 미국 유타주 사막에 귀환한 오시리스-렉스를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회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약 45억년 전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베누'(Bennu)에서 다양한 아미노산과 DNA를 구성하는 염기 성분 등이 발견됐다. 지구 생명체의 우주 기원설에 힘을 싣는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실린 관련 논문에서 이런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 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베누 표면에서 채취해 온 돌과 먼지 등을 분석한 결과 33종의 아미노산을 비롯한 수천 개의 유기분자 화합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찾아낸 33종의 아미노산 중 14종은 단백질 합성에 쓰일 수 있는 종류였다. 나머지 19종은 희귀하거나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종류였다.

또,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에는 DNA를 구성하는 4가지 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과 RNA에 있는 우라실 등이 모두 들어있었다.

아미노산 등 생명체 구성 물질의 샘플을 채취한 소행성 베누의 모습. 오시리스-렉스가 약 24 km 떨어진 위치에서 촬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미노산 등 생명체 구성 물질의 샘플을 채취한 소행성 베누의 모습. 오시리스-렉스가 약 24 km 떨어진 위치에서 촬영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논문 수석 저자인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소속 과학자 대니얼 글래빈 박사는 "이런 유기분자는 지상에서 발견된 운석에서도 검출된 바 있지만, 베누 샘플은 운석과 달리 지구 대기 진입 중 가열되거나 토양 오염에 노출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지구에서 약 3억3300만㎞ 떨어진 베누의 표면에서 121.6g의 샘플을 채취, 2023년 9월 지구로 귀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완전한 밀봉 작업을 통해 지구 대기와의 상호 작용을 막았다는 뜻이다.

글래빈은 "베누와 같은 소행성들이 우주의 거대한 화학공장처럼 활동하며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러 천체에 생명체의 원재료를 배달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수십억년 전 베누와 같이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를 지닌 소행성이나 그 파편이 지구에 떨어져 생명체 탄생에 도움을 줬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CNN은 이와 별개로 네이처에 같은 날 게재된 또 다른 논문에는 베누의 샘플에서 물이 증발하고 남은 소금과 탄산나트륨 등의 미네랄을 찾아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초기 태양계 외곽에 물과 암모니아가 풍부한 직경 100㎞ 이상의 소행성이 있었고 그 내부에서 다양한 유기분자가 생겨났으나 이후 충돌 등으로 파괴돼 오늘날의 베누가 됐다고 보고 있다.

니키 폭스 NASA 과학임무국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두 편의 논문에 실린 연구결과를 전하면서 "이건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