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5억년 전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베누'(Bennu)에서 다양한 아미노산과 DNA를 구성하는 염기 성분 등이 발견됐다. 지구 생명체의 우주 기원설에 힘을 싣는 결과라는 의견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실린 관련 논문에서 이런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 나사의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베누 표면에서 채취해 온 돌과 먼지 등을 분석한 결과 33종의 아미노산을 비롯한 수천 개의 유기분자 화합물이 나왔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찾아낸 33종의 아미노산 중 14종은 단백질 합성에 쓰일 수 있는 종류였다. 나머지 19종은 희귀하거나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종류였다.
또, 베누에서 채취한 샘플에는 DNA를 구성하는 4가지 염기인 아데닌, 구아닌, 사이토신, 티민과 RNA에 있는 우라실 등이 모두 들어있었다.
논문 수석 저자인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소속 과학자 대니얼 글래빈 박사는 "이런 유기분자는 지상에서 발견된 운석에서도 검출된 바 있지만, 베누 샘플은 운석과 달리 지구 대기 진입 중 가열되거나 토양 오염에 노출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오시리스-렉스는 지구에서 약 3억3300만㎞ 떨어진 베누의 표면에서 121.6g의 샘플을 채취, 2023년 9월 지구로 귀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완전한 밀봉 작업을 통해 지구 대기와의 상호 작용을 막았다는 뜻이다.
글래빈은 "베누와 같은 소행성들이 우주의 거대한 화학공장처럼 활동하며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의 여러 천체에 생명체의 원재료를 배달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에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수십억년 전 베누와 같이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원소를 지닌 소행성이나 그 파편이 지구에 떨어져 생명체 탄생에 도움을 줬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CNN은 이와 별개로 네이처에 같은 날 게재된 또 다른 논문에는 베누의 샘플에서 물이 증발하고 남은 소금과 탄산나트륨 등의 미네랄을 찾아냈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탄생 초기 태양계 외곽에 물과 암모니아가 풍부한 직경 100㎞ 이상의 소행성이 있었고 그 내부에서 다양한 유기분자가 생겨났으나 이후 충돌 등으로 파괴돼 오늘날의 베누가 됐다고 보고 있다.
니키 폭스 NASA 과학임무국 부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두 편의 논문에 실린 연구결과를 전하면서 "이건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