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언론사 단전' 이상민 수사…檢 '체포조 지원' 경찰 겨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이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 내란 혐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이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구속기소 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전후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행적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사건은 지난해 12월 1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윤 대통령 사건과 함께 공수처에 이첩했다. 다만 공수처는 그간 검사·수사관 대부분을 윤 대통령 수사에 투입한 탓에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였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직후 소방력을 활용해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해 ‘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전 장관으로부터 한겨레·경향·MBC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를 받았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몇몇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하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소방 지휘부 줄소환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 13일 국회에 출석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및 단수 협조를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허석곤 소방청장은 지난 13일 국회에 출석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 및 단수 협조를 지시받았다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이 전 장관이 단전·단수를 지시한 MBC 등은 계엄 선포 직전 윤 대통령이 삼청동 안가에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게 전달한 지시 문서에 담긴 ‘접수 기관’ 리스트에도 포함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 직전 경찰 지휘부에 특정 언론사를 장악하라고 지시하고, 계엄 선포 직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나서 언론사 단전·단수를 시도한 셈이다. 다만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허 청장은 국회에서 “단전·단수가 소방 업무인지, 우리가 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시도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앞서 소방 지휘부를 대거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 지난 14일 허 청장을 소환했고, 16·17일엔 각각 황기석 서울소방재난본부장과 이영팔 소방청 차장을 조사했다. 공수처는 이들 소방 지휘부의 진술을 토대로 윤 대통령이 직접 이 전 장관에게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계엄 상황에서 수행해야 할 지시 내용을 정리해 쪽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도 계엄 상황에서 수행해야 할 지시 내용을 정리해 쪽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제공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충암고 라인’이자 경찰청장·소방청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단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충암고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해 주요 역할을 맡긴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쪽지’와 유사한 형태의 윤 대통령 지시 문건을 수령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출석해 “(국무위원들에게 전달할 지시 문건은) 한 6장, 7장 준비했다”며 “기재부 장관뿐 아니라 외교부 장관, 경찰청장, 국무총리, 행안부 장관도 (지시 문건이) 있었다”고 말했다.

檢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 경찰 겨눠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정치인 체포조 지원 의혹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방첩사가 국회에 병력을 보낸 것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을 체포·구금하려는 목적이었단 것을 알면서도 국수본과 국방부조사본부가 이를 지원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9일 우종수 국수본부장과 윤승영 경찰청 수사기획조정관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며 사실상 경찰 지휘부를 겨냥한 수사에 착수했다. 다만 경찰 측은 방첩사의 요청을 받고 영등포경찰서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했을 뿐 정치인 체포 의도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우 본부장은 검찰 압수수색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법원에 준항고를 신청했지만 지난 13일 기각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경찰이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시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경찰이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의 정치인 체포 시도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지난 8일 조지호 경찰청장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국수본이 방첩사로부터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전달받은 정황을 적시했다. 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32분부터 약 20분간 이현일 국수본 수사기획계장이 구인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과 두 차례 통화하며 체포 대상자를 확인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에 따르면 이 계장은 경찰 인력 100명과 호송차 20대 등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에 “도대체 누구를 체포하는 것입니까”라고 물었고, 구 과장은 “한동훈, 이재명 대표”라고 답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구속기소된 이후 연휴 내내 변호인을 접견하며 탄핵심판 변론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내란 수괴 혐의 형사 재판을 대비하고 있다. 연휴 직후 윤 대통령 형사 사건에 대한 재판부 배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형사재판이 본격화할 경우 윤 대통령은 헌재와 중앙지법을 오가며 매주 3회씩 재판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같은 재판 일정과 안과 진료 등을 이유로 법원에 보석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