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날리려 갔다가 "너무 추워"…설 연휴, 쇼핑몰만 붐볐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추위를 피하려는 관람객들로 실내 공간은 북적이는 반면, 전통놀이 체험 부스 등 야외 마당은 텅 비어있다. 최혜리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 추위를 피하려는 관람객들로 실내 공간은 북적이는 반면, 전통놀이 체험 부스 등 야외 마당은 텅 비어있다. 최혜리 기자

종일 영하권 한파가 닥친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필동의 남산골 한옥마을. 설맞이 전통놀이를 즐기려는 가족·연인 단위 나들이객으로 북적여야 할 야외 마당은 매서운 추위 속에 다소 한산한 분위기였다. 흥겨운 국악 공연이 펼쳐지는 야외무대에도 공연 시작 15분 전이지만 관객석의 3분의 1 정도만 차 있었다.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은 두꺼운 패딩과 목도리·귀도리·장갑으로 얼굴과 온몸을 꽁꽁 싸맨 채 삼삼오오 즐겁게 지내는 모습이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가족들과 함께 놀러 온 이모(11)양은 빨갛게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다른 한 손으론 투호를 던지면서 연신 “재밌다”고 말하며 방방 뛰었다. 딱지치기 놀이에 한창이던 다른 초등학생 가족은 딱지를 두어 번 치고는 “춥다. 안으로 들어가자”며 서둘러 실내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서울 최저기온 영하 9도에 이르는 한파 속에 새해 소망을 담아 날리는 연도 자취를 감췄다. 간이 천막 부스로 설치된 연 만들기 공간엔 아무도 없어 휑한 반면, 바로 옆 건물에 마련된 활 만들기 등 실내 체험 공간은 수십 명의 관람객으로 붐볐다.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털 망토를 입고 한파 속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 최혜리 기자

경복궁에서 한복을 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털 망토를 입고 한파 속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 최혜리 기자

서울 양천구에서 10세 딸과 함께 온 40대 아버지는 “춥지만 집에만 있는 것보단 재밌을 것 같아서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연을 못 날리고 가는 게 아쉽다”고 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아내와 놀러 왔다는 최남열(70)씨는 “밖은 추워서 난방이 되는 실내 공간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며 “우리 가정에 행복하고 좋은 일이 가득하길 바라며 소원 항아리에 쪽지를 넣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장 관리 직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야외 전통놀이를 하려는 시민들로 긴 대기 줄이 생기고 야외무대가 꽉 찼었는데, 오늘은 30% 수준으로 확 줄었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도 파수 의식 행사가 한창이었지만 시민들의 발걸음은 뜸했다. 강추위에 털 담요를 어깨에 두르거나 한복 위에 두꺼운 패딩 옷을 껴입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 사는 이모(50대)씨는 “사람이 많을까 싶어 일부러 개관 시간을 맞춰서 일찍 왔는데,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털장갑에 털모자, 털후리스까지 겹겹이 껴입고 중무장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복궁에서 일하는 한 현장 보안관리 직원은 “관람객이 작년 설과 비교해 30% 수준에 그친다”고 했다.


반면 대형 쇼핑몰 등 실내 공간은 마지막 연휴를 따뜻하게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 아울렛에서 만난 전유하(39)씨는 “안 추웠으면 밖으로도 구경 다녔을 텐데 추워서 일부러 실내 위주로 다녔다”고 했다. 삼 남매 아버지인 서모(50대)씨는 “아내가 베트남인인데, 따뜻한 실내에서 밥 먹고 쇼핑하고 내일은 실내 테마파크로 놀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롯데월드타워·롯데몰 방문객은 지난 25~29일 기준 약 72만명으로, 지난해 설 연휴(약 61만명)와 비교해 18%가량 늘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경부선 상행선이 24분 연착됐다는 안내가 떠있다. 김서원 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경부선 상행선이 24분 연착됐다는 안내가 떠있다. 김서원 기자

 
한파로 인한 빙판길 등 귀경길 정체로 시민 불편도 이어졌다. KTX 열차는 이날 귀경길 첫 열차부터 운행이 줄줄이 지연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경부선·호남선 일부 상행선은 평균 10~30분 연착됐다. 역사·열차 내엔 “강설, 한파로 안전 확보를 위해 감속 운행”이란 안내 방송이 수차례 반복됐다. 코레일 관계자는 “폭설과 기온 급강화에 따른 재해 대책으로, 일부 구간에서 시속 170㎞ 서행 및 주의 운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