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8000억 유로 동원을 목표로 한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따르면 이 계획은 지난 6일 EU 특별정상회의에서 27개국 만장일치 지지를 받았고 이르면 2주 내 구체적 입법안이 나올 예정이다.
재무장 계획에 따라 EU는 전체 8000억 유로 중 6500억 유로(약 1022조원)를 회원국들이 4년 간 부채 한도 걱정 없이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EU는 재정적자나 국가부채를 각각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 60% 이하로 유지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나머지 1500억 유로(약 236조원)는 EU 예산을 직접 활용해 무기 공동 구매용 대출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대출금으로는 유럽산 무기만 구매할 수 있도록 제한할 방침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대출금으로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를 공동 구매해도 되나'는 질문에 "각국이 군사 대비 태세를 위해 필요한 것을 결정하는 건 전적으로 개별국의 권한이지만, 이 대출금은 다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유럽산의 범위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예를 들어 우리는 영국·노르웨이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면서 비EU 유럽국과의 협력 여지를 열어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로 귀국하는 에어포스원에 탑승해 기자들과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0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2024년 미국은 전 세계 무기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에서 43%로 8%포인트 상승해 세계 1위 무기 수출국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 기간 미국산 무기가 가장 많이 수출된 지역은 다름 아닌 유럽(35%)이었다. 같은 기간 유럽의 나토 회원국이 수입한 무기 중 미국산 비율도 52%에서 64%로 12%포인트 늘어나는 등 의존도도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이 때문에 "단기간에 판도를 바꿀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과의 '화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았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EU의 동맹인가'라는 질문에 "80년 넘게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며 "서로 견해의 차이가 있을 것이지만, 그것을 해소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