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에서 주연을 맡은 박보검와 아이유. '폭싹 속았수다'는 9일 기준 넷플릭스 TV 시리즈 부문 6위에 올랐다. 사진 넷플릭스
10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폭싹 속았수다’는 지난 9일 기준 넷플릭스TV시리즈 부문 6위를 기록했다. 전날 8위에서 하루 만에 두 계단 상승했다. 한국을 비롯해 대만, 타이, 홍콩, 인도네시아 등 10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 방언이다. 1960년대 제주도에서 2025년 서울까지 인연을 이어가는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 두 주인공의 이야기다.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란 이들의 순수한 10대 시절부터 파란만장한 세월을 견뎌낸 중장년 시절까지의 일생을 사계절로 나눠 그렸다. 지난 7일 공개된 1~4부는 주로 제주를 배경으로 애순과 관식의 10대 모습이 담겼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의 임상춘 작가가 극본을, ‘나의 아저씨’, ‘시그널’, ‘미생’의 김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제작비 600억원을 들인 대작이지만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와 배경으로 글로벌 흥행 여부는 미지수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현재까지는 이런 우려를 불식시킨 모양새다. 미국의 영화‧드라마 평론사이트 ‘로튼토마토’에는 ‘본질적으로 사적이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각본이 아름답고 연기가 절묘하며 생생하게 실현됐다’, ‘나는 웃는 만큼 울었으며 여러분도 그러길 바란다’ 등의 글이 적혔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시대적 배경과 제주라는 공간적 배경은 해외 시청자에게 생소하지만,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밀도 있게 다루면서 해외 시청자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주연을 맡은 아이유와 박보검을 비롯해 염혜란, 오정세 등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을 받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기존 넷플릭스 작품과 달리 매주 4개 에피소드를 4회에 걸쳐 공개한다. 오는 14일 5~8회가 공개된다. 출처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가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과 같은 다른 공개 방식을 선택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매주 4개 에피소드를 4주에 걸쳐 공개하는 형식이다. 그간 넷플릭스는 대체로 하루에 모든 에피소드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었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과 같이 시즌으로 나눠 시차를 두고 공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달리 ‘폭싹 속았수다’는 특정 요일인 금요일마다 일정량의 에피소드를 내놓는다는 부분에서 기존 공중파 방송과 유사하다.
OTT의 대표적 소비 유형인 ‘몰아보기’를 할 수 없는 구조다. 김원석 감독은 “소위 ‘몰아보기’를 하기엔 16부는 길다”라며 “요즘 시청자들이 빨리 돌리기도 하고, 1.25배속으로 보시기도 하는데 그렇게 보셔서는 정수를 느낄 수 없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네 차례에 걸쳐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인생 사계절을 나눈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폭싹 속았수다'에 출연한 박해준과 문소리. 사진 넷플릭스
정덕현 평론가도 “‘폭싹 속았수다’는 16부로 길고 공개된 1~4회를 봤을때 한 회에도 다양한 서사를 담고 있어 ‘몰아보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시청자를 잡아두기 위한 편성 방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 지상파 TV와 비슷한 방식으로 편성하는 대신 지상파보다는 비교적 많은 분량인 일주일 네편 정도를 공개하며 구독 유지와 함께 화제성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