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개미, 돌아온 총수, 경영권 분쟁…올해 주총 키워드 셋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단상)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단상)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14일 서울 서초동엘타워에서 주주총회(주총)를 연다. 주주들의 관심사는 이사 보수 한도 상향 안건이다. 기아는 이번 주총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기존 80억원에서 175억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사내이사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현대차·현대모비스에서만 보수를 받았다. 마침 올해부터 기아에서도 보수를 받는다. 해당 안건이 주총을 통과할 경우 정 회장이 올해 재계 총수 ‘연봉 킹’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기아 측은 “책임 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4일 기아·삼성바이오로직스를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의 3월 ‘주총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다. 19일 삼성전자, 20일 현대차·포스코홀딩스, 24일 롯데쇼핑, 25일 LG전자·한화에어로스페이스·아모레퍼시픽·하나금융지주 순이다. 특히 26일이 ‘수퍼 주총데이’다. SK텔레콤·대한항공·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네이버·카카오 등이 이날 주총을 연다. 이어 27일 SK하이닉스, 28일 SK이노베이션이 주총을 계획하고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주총은 주주가 모여 회사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회의’다. 상장사라면 연 1회 의무 개최해야 한다. 통상 회계연도를 마무리하고 3개월 이내에 정기 주총을 열게 돼 있다.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이라 3월 중하순에 주총이 몰린 경우가 많다. 필수 안건으로 영업보고, 재무제표 승인, 임원 보수 한도 승인 등을 의결한다. 임원 선임이나 신주발행, 정관 변경, 현금 배당 등 경영 관련 중요 사안도 논의하는 자리다. 바쁜 ‘개미(개인 투자자)’더라도 이때만큼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올해 주총에서 두드러진 건 기업의 주주환원 추세와 맞물려 개미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점이다. 과거엔 일명 ‘행동주의 펀드’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소액 주주가 주총을 앞두고 기업에 주주 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최근 주요 20대 기업에 ▶집중투표제 도입 ▶소액주주 기업설명회(IR) 정례화 ▶소액주주 보호 조항 정관 삽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등을 제안하는 주주 서한을 보냈다. 금감원에는 “대명소노가 인수합병(M&A)한 티웨이항공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탄원서를 냈다.

이경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액주주가 주총을 앞두고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며 기업 경영에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하려 한다”며 “대주주가 일정 규모의 지분으로 기업 경영 전반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당연시 하던 경향이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총을 통해 총수의 이사진 복귀를 예고한 기업도 관심사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5년 만에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주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7년 만에 사내이사로 복귀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는 일단 뒤로 미뤄졌다.

경영권 분쟁 중인 ‘뜨거운 감자’ 고려아연도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주총이 연장전의 분수령이다. 최근 법원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주총에서 집중투표제(이사 선임 시 1주당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 부여)를 통한 이사 선임을 앞두고 양측 공방이 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