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제세동기 없었다” 산불진화대 지원자 유족, 지자체 상대 손배소

지난 1월 23일 오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채용 체력검정이 진행되기 앞서 지원자들이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오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채용 체력검정이 진행되기 앞서 지원자들이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산불진화대 채용을 위한 체력검정 도중 숨진 70대 지원자의 유족이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사고 후 신속한 대처가 이뤄졌다면 숨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4일 광주전남노동안전보건지킴이(이하 노동안전지킴이)에 따르면 산불진화대 채용 시험에 참여했다가 숨진 유모(76)씨 유족이 지난 21일 전남 장성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씨는 지난 1월 21일 장성 수변공원에서 열린 체력검정에 참여했다가 쓰러진 뒤 심정지로 숨졌다. 당시 유씨는 15㎏짜리 등짐펌프(물통)를 메고 계단 200여개를 오르는 검정시험을 치른 뒤 휴식 중 쓰러졌다.

당시 체력검정 현장에는 산불진화대 지원자 76명 중 60세 이상이 59명(60대 32명·70대 27명) 있었다. 노동안전지킴이 관계자는 “지원자 대부분이 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장성군은 현장에 구급차와 심장마비에 대처할 수 있는 응급의료장비인 자동심장충격기(제세동기)를 비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23일 오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채용 체력검정에서 지원자들이 등짐펌프를 메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오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채용 체력검정에서 지원자들이 등짐펌프를 메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산불진화대 일자리사업 지침에 따르면 체력검정 현장에 구급차를 배치하고, 응급구조사 또는 간호사 등 응급의료 인력을 대기시켜야 한다. 또 응급의료 장비를 비치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보상을 위해 단체상해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노동안전지킴이 측은 “전남 22개 모든 시·군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자료를 확인한 결과, 산불진화대 체력검정 현장에 ‘구급차·제세동기 미비치, 상해보험 미가입’ 모두 해당하는 곳은 전남에서 장성군이 유일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이번 사고는 장성군이 안전 관리 의무를 명백하게 위반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장성군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서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장성군은 사고 발생 다음 날 유씨에게 재시험 안내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상급 기관의 지침에 따라 급하게 시험을 재개하기 위해서 지원자 모두에게 전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며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지난 1월 23일 오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채용 체력검정에서 지원자들이 등짐펌프를 메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오후 전남 장성 옐로우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산불진화대 채용 체력검정에서 지원자들이 등짐펌프를 메고 트랙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