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국내 정국 불안과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에 달러당 원화값이 1470원에 육박하고 있는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100달러 지폐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은 주간 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5원 하락한(환율은 상승) 1467.7원을 기록했다. 1427.4원까지 상승한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8%(40원) 급락했다. 지난 20일엔 장중 1471.4원까지 하락했다. 장중 1470원 선을 뚫은 것은 2월 3일 이후 두 달 여만이다.
원화값 하락 속도가 빨라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수퍼 관세에 시장 변동성이 커져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대상이 품목보다 미국 상대로 지속적인 무역 흑자를 내는 ‘더티 15(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도했다. WSJ은 미국 정부가 아직 구체적인 더티 15국 목록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한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캐나다 등 대미 무역 흑자국이 후보로 지목된다고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문제는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값 약세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는 24일 1유로당 1.0841달러로 한 달 전(1.0466달러)보다 3.6% 뛰었다. 중국 위안화(역외 시장)도 이날 달러당 7.2578위안으로 한 달 사이 0.09% 올랐고, 엔화가치는 149엔대로 제자리걸음이었다.
한국 원화의 ‘나 홀로 약세’엔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주 정치적 이벤트가 몰렸다. 24일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시작으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그동안 미뤄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 가능성도 있다.
탄핵 기각 소식이 전해진 24일에도 외환시장은 들썩였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이날 오전 11시 무렵 원화값은 달러당 1469.1원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당국 개입 가능성에 하락 폭을 줄였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전문가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기각 결정을 두고 정치권 해석이 분분한 데다 윤 대통령의 선고일도 시장 예상(이달 20~21일)보다 늦어지면서 국내외 투자자의 불안이 시장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 국채 5년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1일 34bp(1bp=0.01%포인트)를 나타냈다. 지난달 말 28bp까지 내렸으나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연되면서 반등하는 흐름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질수록 CDS 프리미엄은 오르고, 낮으면 떨어진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상호관세 압박과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겹치며 당분간 원화 약세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발 상호관세 대상에 한국이 포함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며 “한동안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값 전망치는 148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제는 분리해서 운용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지난 20일 ‘2025 한국경제포럼’ 에 참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탄핵심판 관련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영향은 단기적일 것이며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