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팔 시위로 추방 위기' 美명문대 한인 학생, 트럼프 상대 소송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로우 도서관 계단에서 학생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캠퍼스 진입을 규탄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 주도자 마흐무드 칼릴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로우 도서관 계단에서 학생들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캠퍼스 진입을 규탄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 주도자 마흐무드 칼릴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미국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인 학생 정모(21)씨가 추방 위기에 놓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4일(현지시간) 정씨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컬럼비아대 영어 및 여성ㆍ젠더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정씨는 최근 반전 시위 참가 이력을 이유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추적을 받고 있다.  

정씨는 7살 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해 영주권자다.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고별사를 했고 컬럼비아대 입학 후에는 형사사법연합, 퀴어(성소수자)연합 등 동아리에 참여하며 활발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정씨가 미 이민 당국의 체포 대상이 된 것은 지난 5일 컬럼비아대 자매 학교인 버나드 칼리지 시위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정씨를 포함한 200여 명은 반이스라엘 시위 혐의로 퇴학당한 시위 참가자 징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었다. 정씨는 다른 시위대와 함께 뉴욕경찰에 체포됐다가 이후 풀려났지만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소환장이 발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친팔레스타인 시위 주도 전력이 있거나 시위에 참여한 이들을 잇따라 체포해 추방 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한 입장이다. 이민세관단속국은 지난 8일 반이스라엘 시위 주도자인 팔레스타인 출신 컬럼비아대 대학원생 마흐무드 칼릴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뒤 체포해 구금했다.


그러자 컬럼비아대 등 대학가에서 반발 시위가 잇따랐고 여기에 정씨도 참여했던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들 학생에 대해 추방 절차에 착수하는 한편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 참여하는 경우 해당 로펌까지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히는 등 보복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 주도자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 주도자 마흐무드 칼릴의 체포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민세관단속국 요원들은 지난 8일 정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다음날 정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다. 미 당국은 지난 10일 정씨 변호인에게 정씨 체류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이어 13일에는 정씨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컬럼비아대 기숙사 수색에 나서기도 했다. 토드 블랑쉬 법무차관은 “컬럼비아대는 캠퍼스에서 불법 외국인을 은닉하고 은폐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소장에서 자신에 대한 정부 당국의 강제 집행 조치와 구금ㆍ추방을 취소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씨 변호인 측은 “동의하지 않는 발언을 처벌하고 억압하려는 행정부의 노력은 매카시즘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정씨 변호인 측은 정씨의 현재 신병 상태와 관련해 “미국에서 머물고 있다”며 “정부 당국의 체포 시도 때문에 자세한 행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NYT는 “정씨에 대한 정부 당국의 체포 시도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전선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체류 중인 이민자들까지 대상을 넓혀 가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