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 중앙당의 재산 총액은 2017년 약 424억원에서 지난해 1199억원으로 3배 가까이로 불었다. 같은 기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은 58억원에서 657억원으로 12배에 육박했다. 두 정당을 합하면 7년 사이 4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항목 구성비를 보면 국민의힘은 2023년 기준으로 부동산(토지·건물) 비중이 약 78%, 현금·예금은 10%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36%, 현금·예금 61%였다. 두 정당은 모두 2020년까지 서울 여의도에 당사 건물을 매수하며 부동산을 늘려왔는데, 이 시세 상승분까지 고려하면 재산 규모는 더욱 커진다.
정당들의 재산이 급증한 건 정부 지원 때문이다. 우선 정당들은 대선이나 총선(비례대표)이 있는 해에 ‘득표율 15% 이상’ 등의 조건을 만족하면 원칙적으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보전금)받는다. 2004년 총선부터 이어지는 제도다. 이와 별도로 선거를 치르기 전에는 최근의 의석수 등에 따라 ‘선거보조금’까지 받는다. 이 제도는 1991년 도입됐다. 결국 정당들은 전국권 선거가 있는 해마다 선거비용을 보전받고, 추가로 선거보조금이라는 가욋돈을 챙기는 셈이다.
실제 선거가 있던 2020, 2022, 2024년 정당의 재산은 크게 늘었다. 2022년 대선 당시만 보더라도 국민의힘은 선거비용으로 426억원을 쓴 뒤 93%가량인 395억원을 보전금으로 받았다. 이에 더해 선거보조금으로 194억원을 받았다. 그 결과 163억원을 벌었다. 민주당은 선거비용으로 488억원을 쓰고 약 89%인 432억원을 보전금으로 받은 것 외에 선거보조금으로 225억원을 받았다. 결국 169억원을 남겼다. 중앙당이 아닌 시도당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방선거까지 감안하면 정당이 챙기는 여유자금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라 곳간 17년간 적자…“대선후보들, 선거보조금 축소 공약을”

김영옥 기자
정당에 선거 비용을 지원하는 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금품 선거를 방지하고 선거운동의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사후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부·지자체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이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엄기호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원 규모가 과도해 예산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면서 “보조금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는 6월 조기 대선을 치르면 두 정당은 또 100억원 이상씩 벌어들일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8일 전체 정당들에 대선 관련 선거보조금으로 총 524억원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의결해서다. 나라 곳간은 비어 가는 마당에 정쟁만 일삼는 정당에 이렇게 지원하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나온다. 2022, 2020, 2024년엔 빠짐없이 선거(대선·총선)가 치러지면서 주요 정당들이 총 1000억원 넘는 선거보조금을 타갔는데, 해당 연도는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원대로 역대 1~3위를 기록한 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적어도 중도 사퇴 후보에게 지급하는 보조금은 회수하고, 이중 지급 부분은 개선돼야 한다”며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은 쓰고 남은 선거보조금 등을 반납하거나 집권 후 제도 합리화에 나서겠다는 식의 공약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도 “나라살림은 2008년부터 1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며 “각 정당이 받을 수 있는 선거 관련 보조금 총액을 제한하고 군소 정당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