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론 재점화…美 국방 고위당국자 "가능성 배제 안 해"

미국 국방부의 주한미군 감축론이 재점화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중국을 억제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최적화하기 위한 병력 재배치를 검토 중이며, 그 과정에서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의 감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발언은 오는 31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동행 중인 국방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 당국자는 주한미군의 숫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병력 배치 규모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는 데에도 최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뉴스1

지난 23일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뉴스1

 
주한미군 감축론이 처음 공개 언급된 것은 지난 22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병력 약 4500명을 괌이나 다른 역내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며 일축했다.  

하지만 전날 미국 고위 당국자가 주한미군의 ‘태세 조정’(calibrate)을 언급한 데 이어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현상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감축론에 대한 구설은 끊이질 않고 있다. 주한미군 전략이 ‘북한 방어’에서 ‘역내 전략적 유연성 확대’로 이동하며 한반도 안보 지형에 대한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뉴스1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뉴스1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주한미군 태세 조정(calibration)’을 수차례 언급하며 기존 방어 위주의 고정된 역할에서 보다 유연하고 광역적인 전략으로의 전환을 시사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정체성이 바뀌고 있다는 관측이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5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 주최 태평양지상군 심포지엄에서 “주한미군은 북한 억제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며 “보다 넓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로서, 역내 작전과 활동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은 사실상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주둔 병력을 필요에 따라 역내 다른 지역에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국 내에서는 주한미군의 전통적인 억지력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앤디 김 미국 상원위원(민주, 뉴저지)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앤디 김 미국 상원위원(민주, 뉴저지)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와 관련해 한국계인 앤디 김(민주·뉴저지) 미 연방 상원의원은 28일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충분한 협의 없이 주한미군 병력을 감축하는 것에는 강하게 반대할 것”이라며 “이는 동맹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 안보 문제와 관세 협상 등을 연계하려 하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같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에 징벌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반면 “주한미군의 규모와 역할에 변화는 없다”는 입장도 나온다. 방한 중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국 행정부가 부인한 사안이기 때문에 가정적 차원에서 답하겠다”라면서 “주한미군의 전력이 재편되더라도 한미 (상호 방위) 조약에 기반을 둔,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어) 공약이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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