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트렌드
트렌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과 가치를 반영합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의 모호함을 밝히는 한줄기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트렌드를 건져 올립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특히 요즘엔 디자인과 맛, 브랜드의 감성에 따라 고를 수 있는 폭이 훨씬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카페가 있습니다. 음료와 함께 할 디저트로 승부를 보는 곳들이 늘어나면서죠. 대표 주자로는 투썸플레이스(이하 투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케이크를 먹으러 카페에 간다’는 말이 익숙해질 정도로, 투썸은 빵집이 아닌데도 케이크 트렌드를 이끄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죠. 투썸에서 케이크는 커피에 곁들이는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서 독립적인 존재감을 뽐냅니다.
국내 카페 시장이 저가와 고급 커피 브랜드로 양극화된 흐름 속에서 투썸은 케이크라는 무기로 독자적인 지위를 구축하고 있어요. 그 결과 지난해엔 5200억원 매출과 32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죠. 투썸은 어떻게 커피를 넘어 디저트 전문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투썸의 상품마케팅팀으로부터 그 비결을 자세히 들어봤어요.

투썸플레이스 신촌 1호점. 투썸플레이스
‘이름 있는 케이크’로 정체성을 만들다
투썸이 케이크 시장에서 절대적인 강자가 된 건 ‘이름 있는 케이크’ 전략이 통했다는 게 내부적인 분석이에요. 단순히 맛과 재료를 이름 속에 나열하는 대신, 케이크 하나하나에 개성 있는 이름을 부여하면서 제품의 성격과 감성을 집약했다는 겁니다.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은 ‘스초생’으로, 미국식 디저트인 아이스 박스는 ‘아박’이라는 이름을 주고, 여기에 각각 ‘이름 있는 케이크’ ‘떠먹는 케이크’라는 수식을 붙여 정체성을 만들었죠.

투썸플레이스의 케이크 라인업. 투썸플레이스
한 편의 서사를 입힌 광고 마케팅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겨울에 진행한 스초생 캠페인입니다. 배우 임지연을 단독 모델로 섭외하고, 강렬한 영상과 스토리를 더하면서 ‘스초생’이라는 세 글자만을 강조했죠. 그 결과 스초생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60만 개 이상 팔렸고, 연말 홀케이크 판매량은 창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해요.

스초생과 아박 광고 영상. 투썸플레이스 유튜브 캡쳐
이런 광고 마케팅 성과는 대외적으로도 인정받았어요. 투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마케팅 시상식인 ‘2024 에피 어워드 코리아’에서 총 4관왕을 차지하며 디저트 마케팅의 기준을 새로 썼습니다.
이름과 서사 더한 ‘과일 생크림’ 전략

과일생 시리즈. 투썸플레이스
사실 피치생이라는 이름이 처음부터 붙었던 건 아닙니다. 출시 초기에는 ‘복숭아 생크림 케이크’라는 직관적인 이름을 사용하다가 지난달부터 피치생이라는 이름과 함께 서사를 입히는 마케팅 전략을 본격화했죠. 스초생과 아박 출시 수년 뒤에 정체성을 강화한 것처럼 피치생에도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입니다.

피치생 광고 포스터. 투썸플레이스
1년에 신제품만 50개…발 빠른 대응이 비결
이를 위해 국내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비롯해 일본·미국·유럽 등 주요 디저트 트렌드를 매달 연구한대요. 신제품 하나를 내는데 평균 반년 이상 걸리지만, 지난해 기준 1년에 50종의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죠. 상품마케팅팀 관계자는 “디저트도 패션처럼 유행이 있다”며 “1~2년 주기로 바뀌는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시장보다 반 박자 빠른 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투썸플레이스 신제품 로드맵. 투썸플레이스
디저트 맛집 넘어 ‘케이크의 정석’으로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 투썸은 케이크 하나에 계절을 담고 한 조각의 이야기를 녹이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주고 있어요. 이것이 ‘케이크=투썸’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이유 아닐까요. 올해 23주년을 맞이한 투썸은 다음 시즌에 또 어떤 이름의 케이크로 우리의 눈과 입을 사로잡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