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374회 졸업식에서 졸업생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일부 대학 총장과 고위 관계자들이 백악관의 메일 메일먼 정책 전략관과 접촉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대주의 정책 기조에 맞춰 어떤 메시지를 내야 하는 조율하고 있다.
메일먼은 트럼프 백악관의 실세 중 하나로 꼽히는 스티븐 밀러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의 측근 인사로, 밀러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비롯해 미국의 대학들이 반유대주의를 제대로 단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학을 압박하는 전략을 설계한 인물이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CNN에 “백악관은 유명 대학들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들은 로펌들이 반유대주의나 시위, DEI(다양성·평등성·포용성) 정책을 변호하지 않겠다고 협약을 맺은 것처럼 유명 대학들이 그런 협약을 맺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하버드 대학교에서 제374회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 한 졸업생이 유학생들을 응원하는 의미로 흰 꽃을 장식해놨다. EPA=연합뉴스
이러한 논의 과정에는 법무부에 꾸려진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TF)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TF는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레오 테렐 법무부 선임 고문이 이끌고 있고, 밀러 부비서실장과 메일먼이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까지 어떤 대학도 백악관의 요구에 부응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지는 않고 있다. 한 명문대 관계자는 CNN에 “우리는 그들(행정부의) 시범 학교(model school)가 되는 데 관심이 없다”며 “학교의 핵심 가치를 망가뜨리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행정부와 싸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하버드 대학교 캠퍼스에서 열린 '자유를 위한 하버드 학생 집회'에서 사람들이 유학생들을 지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방학을 맞은 대학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비자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거나 재입국을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다수의 유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교내에 머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통상 미국의 대학들은 여름학기를 수강하거나 교내 근로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캠퍼스내 주거시설을 제공해왔지만, 올해는 상당수의 학교가 교내에 머무는 모든 유학생에게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네소타의 맥칼레스터 칼리지는 교내 숙소에 머물기를 원하는 모든 외국인 학생에게 주거시설과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애리조나주립대도 방학 기간 학교에 모무는 모든 유학생에게 주거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텍사스의 베일러대나 노스캐롤라이나의 듀크대 등 미 전역의 다른 대학들도 외국인 학생들에게 방학 기간 미국 내에 머물 것을 권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밖에 다수의 대학들은 연방정부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인 학생 지원 프로그램을 공개하지 않고 그룹채팅방 등을 통해 조용히 전파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하버드 대학교에서 유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해 '독재자 반대'라고 적힌 성조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하버드대의 경우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민 당국 요원이 숙소에 갑자기 찾아올 경우에 대응하는 요령을 담은 카드를 배포했다. 여기엔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는 합법적으로 비자를 받고 체류 중인 유학생의 비자를 취소해 추방하거나 재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거나 과거 경범죄 이력이 있는 학생들을 비롯해 특별한 이유 없이 표적이 된 경우도 있다.
특히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8일 중국 공산당과 관련이 있거나 중요 분야를 연구하는 중국 유학생의 비자를 공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오하이오주의 이민법 변호사인 샘 시하브는 WSJ에 “외국인 학생이 해외로 휴가를 가도 괜찮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신 나갔느냐’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