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들어 마셔봐요, 감기 예방에 좋은 배중탕, 뱅쇼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65) 

 
겨울 날씨가 차지니 여기저기 콜록콜록 감기 환자가 많아졌다. 감기에는 약이 없다지만 그 말은 감기의 바이러스를 일일이 다 대적할 양약 처방이 없다는 뜻이다. 주변을 돌아보거나 나 자신을 돌아봐도 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관리는 어떻게 했는지에 따라서 감기에 걸리는 정도나 증상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 손을 깨끗이 씻는다든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감기 예방에 좋은데 여기다 더해서 약초로 차를 만들어 먹으면 감기 예방뿐만 아니라 증상을 완화해서 쉬이 낫게 도움이 된다.

이런 약초차가 우리나라만 있냐고 하면 그렇지 않다. 감기는 전 인류가 다 고생하는 것이라 그런지 나라마다 저마다의 지혜가 담긴 방법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의학이 있어서 민간요법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약초로 온갖 질병을 치료하고, 감기는 독감까지 다스릴 정도로 강력한 치료 처방을 하고 있다. 증상과 저마다의 체질에 맞는 처방은 한의원에서 받기를 바라고, 이번 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감기약차 중에서 동서양을 대표할 수 있는 것으로 각각 알아보자.

배숙. 배에 후추를 박아 넣고 생강 달인 물에 끓인 다음 꿀을 타서 마시는 간단한 요리이다. [사진 리브레위키]

배숙. 배에 후추를 박아 넣고 생강 달인 물에 끓인 다음 꿀을 타서 마시는 간단한 요리이다. [사진 리브레위키]

 
먼저, 우리나라에서 전해오는 방법이다. 전통요리에서는 배숙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에 따라 배중탕으로 알려져 있고, 만드는 방법도 집마다 노하우가 있다. 내가 어릴 때 몸살에 걸리거나 목감기로 고생하면 어머니께서 꼭 배중탕을 만들어서 주시곤 했다. 몸이 한결 편해지고 빨리 나은 경험이 있다. 배숙이라는 요리는 배에 후추를 박아 넣고 생강 달인 물에 끓인 다음 꿀을 타서 마시는 간단한 요리다. 한정식에서 디저트 음식으로 배우기도 한다.

배는 성질이 시원하게 수분이 많으며 속을 편안하게 해 주니 감기일 때 목이 타고 몸살기가 있을 때 좋은 과일이다. 하지만 과일은 성질이 찬 편이니 살짝 데워서 먹어주는 게 좋겠다. 후추는 기운을 발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생강은 따뜻한 기운이 있으면서 속을 편하게 해 준다. 이런 성질의 음식들이 모여서 몸살이 있거나 가벼운 감기가 들었을 때 몸의 기운을 좋게 해서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

배중탕은 이것에서 조금 더 깊게 들어간다. 배의 윗부분을 따서 마치 뚜껑처럼 떼어낸 뒤, 씨 부분을 파내어 속을 비도록 만들어 준다. 이 속에다 감기의 증상에 맞는 약초를 채운다. 목이 아프면 도라지, 목 어깨가 뻣뻣하면 모과, 몸살이면 칡뿌리, 콧물이면 황기…. 이런 식이다. 잘 모르겠거나 재료를 구할 여건이 안 된다면 유자청을 채우거나 생강과 대추만 넣어도 훌륭하다. 만약 한의원에서 처방받은 약이 있다면 여기다 넣어서 함께 하는 방식도 있다. 한의원에서 감기약을 과립형태로 된 것으로 처방하는 경우가 있는데, 속에 넣어서 먹으라고 하기도 한다.


향설고(香雪膏). 배중탕이라고도 하며 배의 윗부분을 따서 속을 파낸 뒤 약초 등을 넣고 달인 음식이다. [사진 리브레위키]

향설고(香雪膏). 배중탕이라고도 하며 배의 윗부분을 따서 속을 파낸 뒤 약초 등을 넣고 달인 음식이다. [사진 리브레위키]

 
이렇게 속을 채운 후 뚜껑을 다시 덮고 냄비에 넣은 다음 물을 뚜껑 아래까지 부어준다. 불을 센 불로 하고 끓기 시작하면 바로 작은 불로 줄여서 한참을 둬서 물이 반으로 졸아들 때까지 놔둔다. 이렇게 중탕을 한 내용물에 꿀을 살짝 부어 마시면 훌륭한 약차가 된다.

한국에서 민간에서 이런 식으로 약차를 마시며 감기를 이겨내려 노력한 것처럼 북유럽에도 전해져 오는 노하우가 있다. 아마 겨울철 카페에서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이름인데 뱅쇼라고 부른다. 뱅쇼는 와인 음료수인데, 북유럽에서는 만들어 놓고 겨우내 마시는 감기 예방 음료로 알려져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와인에 여러 약초를 더하면 된다. 와인을 따르고 월계수 잎, 계피, 생강, 팔각회향, 정향 등의 약초를 넣고, 오렌지나 사과 같은 향이 좋은 과일을 함께 끓인다. 알코올을 완전히 날리고 싶으면 한 번 끓이면 되는데, 끓이는 것 보다는 뜨거운 정도로 데우는 것을 추천한다. 데워서 김이 모락모락 나게끔 해서 오래 놔두면 제법 알코올이 날아가니까 취할 것이 걱정되면 그렇게 조절하자. 여기다 꿀이나 설탕으로 당도를 조절해서 마시는 것이 뱅쇼다. 찻잔에 따르고 계피 스틱을 하나 꽂은 다음, 오렌지 조각 하나 띄우면 분위기 좋은 음료가 된다.

뱅쇼. 와인에 계피, 팔각회향, 정향 등의 약초를 넣고 오렌지나 사과 같은 향이 좋은 과일과 함께 데워서 겨우내 마시는 감기 예방 음료이다. [사진 pixabay]

뱅쇼. 와인에 계피, 팔각회향, 정향 등의 약초를 넣고 오렌지나 사과 같은 향이 좋은 과일과 함께 데워서 겨우내 마시는 감기 예방 음료이다. [사진 pixabay]

 
이때 와인이 꼭 좋은 것일 필요는 없다. 값비싼 와인이든 값싼 와인이든 효능은 똑같다.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은 효능과는 전혀 무관한 취향적인 요소니까 와인을 어떤 것을 할까 고민하지 말자. 어차피 데워서 알코올을 날리고 갖가지 재료들을 섞어 버리니까 풍미를 느끼는 와인으로서의 가치는 덜하다. 북유럽뿐만 아니라 유럽사회에서는 이런 음료로 감기를 이겨내려고 한다고 한다. 여기 들어가는 팔각회향이나 정향 등도 약초 중에서 감기에 쓰는 것이면서 항산화 능력이 뛰어난 것이고, 유럽에서는 약초만으로는 맛이 너무 없으니 과일을 섞는 것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한의학 처방 중에서 상당한 가짓수가 술과 함께 처방하는 방법이다. 주수상반전이라고 부르는 방법이다. 술과 함께 약초를 달이면 약 기운 전달이 더 빠르게 된다. 아마 유럽에서도 그런 방법을 동양으로부터 들은 건 아닐까. 겨울철 추울 때 감기를 이겨내고 싶은 건 누구나의 마음이다. 이럴 때 생활에서 가벼운 음료로 마시면서 맛도 있고 면역력도 높일 수 있으면 생활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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