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사회는 하나의 생물체와 같다. 특정 부위의 문제가 다른 부위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치듯, 한 부처의 규제가 다른 부처의 산업을 억압하거나 왜곡하는 풍선 효과를 일으킨다. 특히, 인공지능(AI)으로 각 분야의 기술과 산업이 밀접하게 연결된 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행정 각부는 이런 단편적 규제의 풍선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규제는 개별 부처의 이익이나 관점에서 독립적으로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적 관점에서, 범부처적 협력을 통해 종합적으로 설계되고 조율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단편적 규제가 산업 전체를 억압하거나 시장의 질서를 왜곡하게 되고, 이는 결국 혁신의 싹을 꺾고 경제적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한다.
유럽, 정보보호 하면서 활용 장려
비식별 개인정보도 활용 어려워
AI, 자율주행 등 성장동력 상실
범정부ㆍ국가적 차원 점검해야
AI, 자율주행 등 성장동력 상실
범정부ㆍ국가적 차원 점검해야
망 분리 규제는 2013년 보안 강화를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실제로는 클라우드와 보안 기술의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지속적인 확인과 인증을 하는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모델을 통해 보안과 클라우드 기술의 동반 성장을 이루며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반면, 한국은 경직된 망 분리 규제로 인해 글로벌 기술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
보안 강화 명분으로 혁신 시도 차단
전 세계가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 AI를 통해 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뿐만 아니라,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AI 연구와 혁신 기기 개발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 시기 원격의료가 가진 잠재력을 목격한 많은 나라가 규제를 완화하거나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과거의 규제 틀을 고수하며 의료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저해하고 있다.
혁신적 모빌리티 기술은 교통 문제 해결과 차세대 산업 육성의 핵심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 개발, 도심항공교통(UAM), 전기차 인프라 확충 등 모빌리티 분야에서의 규제가 기술 발전을 억누르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에 필수적인 도로 데이터와 실증 운행의 기회가 부족해 글로벌 기술 흐름에서 멀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및 비금융 분야에서 혁신의 중심에 있지만, 한국의 블록체인 및 암호자산(Crypto Asset) 규제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으로 인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과도한 자본 요건과 복잡한 규제는 온라인투자연계(P2P) 금융 산업과 암호자산 생태계를 위축시키며, 글로벌 혁신 흐름에서 한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암호자산을 포용하고 지급결제서비스로 제도화하여 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두고 ‘크립토 대통령’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위기 극복 위해 파괴적 규제 혁신 필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규제 혁신’이 절실하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는 것을 넘어, 규제의 근본적 틀을 재설계하여 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둔다.
국무회의에서 치열한 토론을 통해 범부처적 협력과 국가적 관점에서 규제를 혁신해야만 대한민국은 글로벌 혁신 선도국으로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모든 부처가 하나의 팀으로 움직여, 혁신기업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야 할 때다. 이는 선택이 아닌,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생존의 길이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Tech그룹 총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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