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김용현 국방, 계엄 사태 '키 맨'
이날 심야 국무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국무위원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음에도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강행한 배경에도 충성파인 김 장관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인 오후 6시쯤 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대통령실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김 장관과 먼저 상의한 뒤 계엄 선포를 마음먹고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추론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일부 당국자에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용산 대통령실은 지난 8월 갑작스런 인사를 통해 신원식(육사 37기) 안보실장·김용현(육사 38기) 국방부 장관 등 ‘강경 매파’를 안보 진용에 전진 배치했다. 신 실장과 김 장관은 모두 육사 출신의 군 엘리트로, 수도방위사령관·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거친 작전통으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북한을 향한 대적관·안보관이 투철하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3일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서란 이유를 든 것도 이런 대북 강경파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김용현, 대통령 모든 말에 예스"
용산 대통령실의 전·현직 참모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경호처장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모든 말에 “맞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김 장관이 대통령의 말에 한 번이라도 반대한 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상임위원회 등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항의해 ‘버럭 용현’이란 말이 나왔던 것도 윤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을 낳았다.
실제 2022년 3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하기 전 이뤄진 인수위원회 내부 회의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당시 발표를 맡은 김 장관은 “(당선인이)이전하기로 결정했으니 무조건 옮겨야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근거가 될 논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회의 내내 발언했다고 한다. 명확한 논리 없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식이라 참석자들 사이에서 불만도 나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장관 주변에선 “거침없는 언사와 불도저식 업무 스타일 등이 윤 대통령과 싱크로율이 99%”라며 “대통령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현직이던 합참 작전본부장 시절 집무실에 야전 침대를 갖다 놓고 근무할 정도로 업무 몰입도가 높다는 평이 있었다.
野 "계엄 모의 의혹" 김 "계엄 명령, 저도 안 따라"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여 사령관과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첩사령관·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은 모두 계엄 사태 때 주요 보직을 맡는 자리다.
군에 따르면 실제 3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육군 특전사 예하 1공수특전여단과 707특수임무단, 수방사 예하 대테러 전문 부대인 제35특수임무대대 등이다. 각각 곽종근 사령관과 이진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여 사령관이 담당하고 있는 방첩사는 2017년 논란이 된 ‘계엄 대비 문건’을 작성했던 조직이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은 충암고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첩사를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역시 ‘충암파의 계엄 모의’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계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하겠나. 군도 따르겠나. 저는 솔직히 안 따를 것 같다”면서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좀 안 맞다”(9월 인사청문회)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불과 약 3개월 만에 계엄을 공식 건의하며 스스로 이율배반적 태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