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 계엄선포 4시간전 만났다…키맨 꼽힌 '충암파' 김용현

국회가 비상계엄령 해제를 가결한 4일 새벽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김용현 국방장관(가운데)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비상계엄령 해제를 가결한 4일 새벽 서울 용산구 국방부로 김용현 국방장관(가운데)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55분 천하’로 사실상 무위에 그친 윤석열 대통령의 3일 비상계엄 사태의 배경을 놓고 관가에선 그간 의문을 샀던 윤 정부의 안보 관련 인사가 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4개월 전 대북 강경·충성파 중심으로 외교·안보 라인을 다시 꾸렸는데, 이번 계엄 사태의 ‘키 맨’으로 꼽히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전면 배치가 핵심이었다.

강경파 김용현 국방, 계엄 사태 '키 맨'

실제 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하고 해당 의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며 이번 사태의 ‘키 맨’으로 떠올랐다. 이는 계엄법상 형식상 요건(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건의)을 갖추는 측면도 있지만, 윤 대통령이 평소 자신의 모든 말에 “맞습니다”를 외쳐 온 김 장관과 가장 긴요하게 계엄을 논의했을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이날 심야 국무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국무위원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음에도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강행한 배경에도 충성파인 김 장관이 있었다는 지적이다. 

관련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인 오후 6시쯤 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대통령실에 들어갔다. 윤 대통령이 김 장관과 먼저 상의한 뒤 계엄 선포를 마음먹고 국무회의를 소집했다는 추론이 힘을 얻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이날 오후 일부 당국자에 ‘경내 대기’를 지시했다고 한다.  

앞서 용산 대통령실은 지난 8월 갑작스런 인사를 통해 신원식(육사 37기) 안보실장·김용현(육사 38기) 국방부 장관 등 ‘강경 매파’를 안보 진용에 전진 배치했다. 신 실장과 김 장관은 모두 육사 출신의 군 엘리트로, 수도방위사령관·합참 작전본부장 등을 거친 작전통으로 꼽힌다. 두 사람 모두 북한을 향한 대적관·안보관이 투철하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이 3일 대국민 담화에서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기 위해서란 이유를 든 것도 이런 대북 강경파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

"김용현, 대통령 모든 말에 예스" 

특히 김용현 장관은 정부 내에서도 대표적인 충성파 인사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그는 2022년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 태스크포스(TF) 부팀장을 맡아 대통령실 이전의 실무를 맡았고, 이후 초대 경호처장을 거쳐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됐다. 

용산 대통령실의 전·현직 참모들에 따르면 김 장관은 경호처장 시절부터 윤 대통령의 모든 말에 “맞습니다, 대통령님!”이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한 소식통은 “김 장관이 대통령의 말에 한 번이라도 반대한 걸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국회 국정감사·상임위원회 등에서 야당 의원들을 향해 언성을 높이며 항의해 ‘버럭 용현’이란 말이 나왔던 것도 윤 대통령을 비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을 낳았다.

실제 2022년 3월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공식 발표하기 전 이뤄진 인수위원회 내부 회의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었다.

당시 발표를 맡은 김 장관은 “(당선인이)이전하기로 결정했으니 무조건 옮겨야 한다. 그러니 이제부터 근거가 될 논리를 만들자”는 취지로 회의 내내 발언했다고 한다. 명확한 논리 없이 이미 결론을 내려놓은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식이라 참석자들 사이에서 불만도 나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장관 주변에선 “거침없는 언사와 불도저식 업무 스타일 등이 윤 대통령과 싱크로율이 99%”라며 “대통령이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현직이던 합참 작전본부장 시절 집무실에 야전 침대를 갖다 놓고 근무할 정도로 업무 몰입도가 높다는 평이 있었다.

野 "계엄 모의 의혹" 김 "계엄 명령, 저도 안 따라"

야권에선 김 장관을 구심점으로 한 ‘충암파’ 등 파벌 의혹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김 장관이 학연·근무연을 중심으로 계엄령 준비를 위한 친정 체제 구축을 시도하려 한다”는 게 골자였다. 군 지휘부 가운데 대표적인 충암고 출신으로는 방첩 임무를 총괄하는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과 대북 특수정보 수집 임무를 담당하는 박종선 777사령관이 꼽힌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여 사령관과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계엄을 사전 모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방첩사령관·특전사령관·수방사령관은 모두 계엄 사태 때 주요 보직을 맡는 자리다. 

군에 따르면 실제 3일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육군 특전사 예하 1공수특전여단과 707특수임무단, 수방사 예하 대테러 전문 부대인 제35특수임무대대 등이다. 각각 곽종근 사령관과 이진우 사령관의 지휘를 받는다. 여 사령관이 담당하고 있는 방첩사는 2017년 논란이 된 ‘계엄 대비 문건’을 작성했던 조직이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은 충암고 출신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방첩사를 비밀리에 방문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역시 ‘충암파의 계엄 모의’라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계엄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과연 용납하겠나. 군도 따르겠나. 저는 솔직히 안 따를 것 같다”면서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좀 안 맞다”(9월 인사청문회)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불과 약 3개월 만에 계엄을 공식 건의하며 스스로 이율배반적 태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