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에서 어획된 거대 참다랑어. 연합뉴스
제주도와 독도 일대를 포함해 한반도 연안 곳곳에 열대ㆍ아열대 어종 유입이 훨씬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유입된 성체가 연안에 알을 낳아 어란군(魚卵群)이 발견되는 사례도 올해 들어 급증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이 같은 생태계 변화로 장래엔 우리 연안에 열대ㆍ아열대 고기 어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독도만 있던 참다랑어 알, 제주ㆍ남해도 깔렸다
5일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 수산자원연구센터가 내놓은 수산자원 조사 결과를 보면 온대 바다로 분류되는 연안에선 올해 열대ㆍ아열대성 어류 산란 해역이 늘고, 이전까지 관찰된 적 없는 새로운 열대ㆍ아열대 물고기 유입이 확인됐다.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자들이 연구선을 타고 수산자원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수과원은 먼저 아열대성 고급 어종으로 꼽히는 참다랑어 알의 분포 변화에 주목했다. 수산자원 조사는 수과원 연구원이 조사선을 타고 제주 인근을 포함한 배타적 경제 수역에서 봉고네트ㆍ모크네스 등 장비를 이용해 어류ㆍ어란을 채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난자치어 조사’라고 불린다. 채집에 사용되는 장비는 그물망 크기가 500㎛ 정도로 미세하다.
이런 조사에서 우리 해역의 참다랑어 알이 처음 확인된 건 2021년이다. 당시엔 독도 인근 해역 한 곳에서만 발견됐고, 1000㎥당 10~100개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조사에선 제주 일대를 포함해 남해 등지로 참다랑어 알 발견 장소가 27곳으로 늘었다. 곳에 따라1000㎥당 알 개체수도 100~2000개로 100배 이상 늘어난 곳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과원 관계자는 “한 곳만 발견됐을 때와 달리, 올해 조사 결과에선 우리 해역에서 참다랑어 산란이 우연히 일어난 게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참다랑어는 대한해협으로 유입되는 고온·고염분수인 대마난류를 타고 우리 해역으로 온다. 알을 낳을 수 있는 30㎏ 넘는 성체 유입이 늘면서 알이 발견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올해 조사에선 2021년도와 비교해 참다랑어 이외에도 점다랑어·몽치다래·만새기 등 아열대 어종 알 밀도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열대 어종 어린 물고기 2종(농어목ㆍ보섭서대속)과 앨퉁이목 등 아열대 어종 어린 물고기 6종이 우리 해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이들 8종은 학계 보고를 위한 정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올해 수산자원조사에서 확인된 농어목(왼쪽)과 보섭서대속의 어린 물고기. 열대 어종인 이들 종의 어린 물고기가 우리 해역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로 인한 한반도 바다 온도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는 게 수과원 측 설명이다. 다만 올해 유난했던 폭염이 이런 변화를 가속했는지를 알려면 별도 조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수과원 관계자는 “이런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우리 연안에도 참다랑어 등 아열대 고기 어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수자원조사 결과 채집되는 자료는 향후 아열대 어종의 쿼터(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양) 논의 등에 필요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