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특히 사전 투표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계속 제기된다. 사전투표를 아프리카 사람이 했다는 말도 있다. 포렌식 하면 딱 끝난다”(지난달 25일, 구독자 89만명 보유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군 297명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진입한 것을 두고 보수 성향 유튜버 등이 주장하는 ‘4·10 부정선거 음모론’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이런 가운데 계엄 사태의 핵심 관계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도 지난 5일 계엄군의 선관위 진입 이유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 관련 수사 필요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라고 언론에 밝히면서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6일 유튜브 등을 살펴보니 일부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선 비상계엄에 대해 옹호하는 영상이 다수 게시됐다. 구독자 100만명의 ‘고성국 tv’에선 ‘선관위 상륙작전 대성공’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또 시사평론가 이봉규씨는 지난 5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민주당이 부정선거로 압도적 다수당이 돼 국회 독재를 하는데 ‘까불지 말라’ 순식간에 장악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군 당국과 국회, 선관위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계엄군은 선관위 과천청사 내 정보관리국 산하 통합관제센터에 진입했다. 정보관리국은 각종 선거 자료가 보관된 곳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유튜버 등이 조사 대상으로 지목한 곳이다. 당시 계엄군은 야간 당직자 등 5명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약 3시간 20분 동안 청사를 점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은 이날 로텐더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계엄군이 3차례 선관위 과천청사 서버 등 내부를 촬영했다고 주장했다. 계엄군이 통합명부시스템 서버와 보안장비가 구축된 컨테이너 C열 서버, 통합스토리지 서버 등을 촬영했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선거 제도와 국가기관을 악용해 음모론을 현실화하려 한 시도”라고 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 등에선 이번 계엄의 배경이 유튜버 등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음모론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전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통령이 부정선거쟁이 수괴가 돼서 환호 받아보려다가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BBC 뉴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소수의 (부정 선거) 주장에 집착해 계엄이라고 하는 중대한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현재까지 계엄군의 내부 자료 반출은 없었지만, 추후 피해 여부를 지속적으로 면밀하게 확인·점검할 예정”이라며 “명백한 위헌·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이미 수사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사안이다. 경기 과천경찰서는 4·10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육사 출신 장재언씨가 전산 조작 의혹이 있다며 선관위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지난 8월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도 재수사 요청 시한인 90일이 지난 현재까지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아 사실상 사건을 종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부터 이어져 온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온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경우 한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시간 후원금 ‘수퍼챗’을 받는 채널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다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주장을 함으로써 시청자들의 후원금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유튜브 방송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무용론이나 2022년 ‘이태원 참사’가 조작됐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전광훈 목사 등이 부정선거 의혹에 동조하면서 이런 음모론을 키웠다는 비판도 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대학 교수는 “정치 유튜브 방송은 저널리즘을 빙자한 일종의 비즈니스 사업에 불과하다”며 “유튜브가 국내 방송법·전기통신사업법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서 가짜뉴스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