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6선의 조경태 의원이 여당 의원 중 처음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안철수 의원도 윤 대통령이 퇴진 계획을 밝히지 않을 경우 탄핵안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려면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8명이 찬성으로 이탈해야 한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도 이날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여야 의원과 만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한동훈·이재명 대표 등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었다고 말해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다만 이 자리에 동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은 “국정원은 정치인 체포와 관련해 어떤 지시도 대통령에게 받은 적이 없다”며 홍 차장의 폭로를 정면 반박했다.
여당의 탄핵 찬성 기류와 군 관계자의 폭로 등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 대표에게 독대를 제안해 모처에서 만났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 대표, 여당 중진 등이 참석한 회동 이후 하루 만이다. 한 대표는 이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을 만났지만 제 판단을 뒤집을만한 말은 듣지 못했다"고 당 소속 의원들에게 전했다.
한 대표와의 회동 후 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의총에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윤 대통령의 국회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본관 입구에 모이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오늘 국회 방문 일정이 없다"고 공지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국회 방문을 계획했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방문 계획을 취소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긴급 담화를 통해 “제2의 비상계엄은 있을 수 없고 용납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총과 칼로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3일 밤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만에 하나 또 한 번 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오판이 있다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모든 걸 걸고 이를 막아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의장의 담화 직후 국회 사무처는 국회 잔디광장과 국회 운동장에 헬기 착륙 방지 목적으로 대형버스를 배치했다.
여권 일각에선 타협점을 모색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회의를 마친 뒤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의 헌정 중단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책임총리가 이끄는 비상 거국 내각 구성 ▶대통령 2선 후퇴 ▶임기 단축 개헌 등 향후 정치일정 공개 등 대안을 제시했다.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대표비서실장 등 당 지도부도 이날 저녁 대통령실을 찾아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계엄 사태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에 대해 3시간 가량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원내대표는 의총장에 복귀해 “대통령께 의총에서 나온 의견을 모두 전달했다”며 “이제는 대통령의 시간이다. 답을 기다리자”고 말했다. 이어 한 대표도 “윤 대통령에게서 ‘2차 계엄은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비상계엄 후폭풍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비상계엄 집행을 주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사퇴 후 국방장관 직무대행을 맡은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일각에서 제기된 ‘2차 계엄 정황’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발령 요구가 있더라도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는 이를 절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비상계엄 때 국회 등에 병력을 출동시킨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직무정지를 결정하는 한편, 관련자들의 출국금지도 법무부에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