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친한계 의원들은 최근 텔레그램 단체방을 새로 만들었다. 단체방 이름은 ‘시작2’다. 지난해 7·23 전당대회를 앞두고 한 전 대표의 당권을 위해 뭉쳤던 이들이 만든 첫 단체방 이름이 ‘시작’이었으니, 이번 단체방은 친한계 ‘시즌 2’인 셈이다. 당시 단체방 이름은 ‘한동훈 캠프’의 별칭이던 ‘시작 캠프’에서 따왔다. 한 친한계 의원은 “강경 일변도로 향하는 당에 우려를 가진 의원들이 당을 되살리자는 의미와 다시 ‘시작’하자는 의미를 동시에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작2 참여자는 모두 16명으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핵심 코어 그룹인 서범수·김예지·김상욱·정성국·한지아 의원 등이 주축이다. ‘한동훈 지도부’에서 주요 당직을 맡았거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파 상당수도 포함됐다. 한 전 대표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시작 단체방의 참여자 19명에 비해선 3명이 줄었다. ‘시즌 1’엔 한 전 대표가 포함됐으니 의원 2명이 빠진 셈이다. 지난해 전당대회 당시 한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로 출마해 최고위원과 청년최고위원으로 각각 선출된 장동혁·진종오 의원이 이번엔 빠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줄곧 탄핵 반대 입장이었던 장 의원은 한 전 대표가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상당수 친한계가 탄핵에 찬성해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의원총회에서 최고위원 중 가장 먼저 직을 던졌다. 진 의원 역시 다른 최고위원과 동반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한 전 대표 체제 붕괴를 주도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다시 뭉친 친한계를 두고 한 전 대표의 복귀 발판을 만들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당의 극단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계엄을 막아섰던 한 전 대표의 공간이 열릴 가능성이 조금 생긴 것 아니냐”고 했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일 CBS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가 1월부터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최근 윤 대통령 체포 논란으로 여야 대치가 강화되며 복귀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전 대표 사퇴 이후 공개 목소리를 자제하던 친한계 의원들의 여론전도 다시 시작됐다. 정성국 의원은 8일 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의 복귀에 대해 “때가 있을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재명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를 살펴보고 계엄에 단호히 반대했던 한 대표를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아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서 “혼란기일수록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며 “남은 선택지는 탄핵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전 대표 팬클럽 ‘위드후니’엔 지난 6일 한 전 대표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