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활로 넓히는 현대차
7일(현지시간) 현대차 북미법인은 미국 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아마존 오토(Amazon Autos)를 통한 차량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54개 지역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현재 베타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아마존 오토에서 완성차를 판매하는 것은 현대자동차가 최초이자 유일하다.
미국은 많은 주에서 차량 제조사가 직접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소비자는 완성차 업체와 판매 계약을 맺은 딜러사를 통해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현대차가 택한 방식도 딜러사를 통한 아마존 판매다. 아마존 오토에 현대차와 협의한 200여개 딜러가 자신이 보유한 재고 차량에 한해 판매 글을 올려 판매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 오토에 접속한 소비자가 베뉴, 코나 등 구매를 원하는 차량을 선택하고 구매 지역을 설정하면 75마일 이내 딜러사가 판매 중인 차량을 고를 수 있는 방식이다. 색상과 사양을 선택하고, 대출 등 금융 서비스 정보를 입력하고 나면 아마존에서 결제까지 가능하다. 차량 인도는 소비자가 원하는 날짜에 지정한 딜러사에서 찾거나, 필요하면 딜러사에서 탁송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아마존 오토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은 세계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쇼핑 경험 중 하나를 통해 지역 딜러에서 현대차 모델을 편리하게 발견하고, 구매할 수 있다”며 “이는 자동차 리테일의 미래와 마케팅 및 구매 방식을 재정의하려는 현대차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전국에서 같은 가격으로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제조업체 권장 소매가격(MSRP)이있지만, 주별로 세금이 다르거나, 딜러별 수수료가 달라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가격 비교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마존 오토에서는 주 세금 및 딜러 수수료 등을 확인하고 결제할 수 있어 투명한 가격 공개가 가능해 편의성을 높인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7일 블룸버그는 향후 5년 뒤에는 현대차가 미국 매출의 30% 이상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오토에 앞서 현대차는 미국 외에도 영국·인도·유럽 등지에서 ‘클릭투바이’라는 자체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으로 차량 판매를 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모델인 캐스퍼만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 실적은 괜찮은 편이다. 캐스퍼는 2021년 9월 출시부터 온라인으로만 판매했는데, 지난해 총 4만1788대가 팔려 코나(2만8459대) 보다 많이 팔렸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대차 직영점 영업직으로 구성된 판매노조가 지속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반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리점을 거치지 않는 방식이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고, 시장질서를 깨뜨린다며 캐스퍼 온라인 판매에 대해서도 줄곧 부정적인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캐스퍼는 현대차가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위탁 생산하는 차종이라 온라인 판매가 가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도 테슬라를 시작으로 온라인 판매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인식됐다”면서 “결국에는 흐름에 따라 온라인 판매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