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핵심사업 경쟁력 저하다.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9일 계열사 대표(CEO)들을 만나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그룹의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현재의 어려움을 대혁신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롯데그룹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을 개최했다. 롯데 VCM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사업군 총괄 대표,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모여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매년 두 차례, 1월(상반기)과 7월(하반기)에 열린다.

그룹 전반에 걸쳐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인지, 계열사 사장단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들어섰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 참석 차 출장길에 올랐던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귀국 후 곧장 회의장을 찾았다. 

 


롯데 측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신 회장은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빠른 시간 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유형자산 매각, 자산 재평가 등 다양한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로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위기가 일상이 된 지금,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외부환경이 아닌 우리 핵심사업의 경쟁력 저하”라며 “지금 쇄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 말했다. 이어 CEO들에게 과거 그룹의 성장을 이끈 헤리티지가 있는 사업일지라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업모델을 재정의하고 사업조정을 시도해 달라고 촉구했다.

쇄신을 위해 CEO들이 지켜야 할 경영 방침으로는 도전적인 목표 수립, 사업구조 혁신, 글로벌 전략 수립 등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의 연장선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목표를 수립하는 기존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도전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국내 경제, 인구 전망을 고려했을 때 향후 그룹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해외시장 개척”이라며 “지금이 변화의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대혁신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역경을 극복하는 DNA로 IMF, 코로나 펜데믹 등 수많은 위기를 모두 돌파해왔다”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어떤 위기도 반드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VCM에 앞서 신 회장은 ‘인공지능(AI) 과제 쇼케이스’에 참석해 그룹 내 9개 계열사의 AI 혁신 사례 설명을 들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는 쇼케이스에서 생성형 AI 플랫폼 ‘아이멤버’를 활용한 회의록·보고서 자동 생성 기능을 시연했다. 대홍기획은 광고 마케팅 플랫폼 ‘에임스’의 업무 활용 사례를 선보였고 롯데건설은 안전 관리를 위한 AI 기술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