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北파병군에 "대외 관계 훼손 말고 특수작전군 위용 떨쳐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북한군 병사의 군용 신분증.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한 북한군 병사의 군용 신분증.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식화하지 않는 가운데 파병 장병들에겐 “조국의 대외적 관계를 훼손하지 말고 특수작전군의 위용을 떨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이 텔레그램을 통해 전투에서 노획한 북한군 병사의 수첩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첩에는 ‘월 생활 총화’란 제목 아래 파란색 펜으로 휘갈겨 쓴 장문의 글이 적혀 있었다. 

특히 수첩에는 “경애하는 최고 사령관 김정은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습니다”는 내용과 함께 김정은의 직접 지시로 추정되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김정은이 “조국의 권위, 대외적 관계를 훼손시키지 말며 특수작전군의 위용을 다시 한번 떨쳐야 한다”고 했다는 대목이다.

이는 김정은이 파병 기간 장병들에게 북·러 간 우호적 관계를 고려해 행동거지를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앞서 정보 당국은 “북한의 파병 부대는 특수 부대인 11군단(일명 ‘폭풍군단’)”이라고 밝혔는데, 김정은이 파병 부대를 ‘특수작전군’이라고 지칭한 건 정보 당국의 이런 평가가 사실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수첩에는 이어 “11월 21일 OO 작업시 러시아의 물품이 있다고 저도 모르게 주머니에 넣는 현상이 나타났다” 등의 자아 비판이 이어졌다. “나의 결함으로 하여 (북한의)대외적 관계를 훼손”시켰다면서 “우리 작전적 지휘관 및 보관 대책에 파공(구멍)을 낼 수 있는 엄중한 후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자책도 담겼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 병사가 작성한 '총화' 메모. 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러시아 파병 북한군 병사가 작성한 '총화' 메모. 자유아시아방송(RFA) 홈페이지 캡처,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수첩을 작성한 북한군 병사는 “대책으로 이제부터 정신을 차리고 러시아의 물품에 절대 손 대지 말며 앞으로 전투에서 영웅적으로 적들을 모조리 소탕해버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북한 군 지도부가 파병 장병들에게 총화를 통해 정기적으로 사상 단속을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총화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위해 월 1회 등 주기적으로 자아 비판을 하고 서로 비판하도록 한 제도다. 김정은은 2021년 6차 당 세포비서대회를 통해 “총화를 통해 자기 비판과 호상(상호)비판을 강화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노획한 북한군 전사자의 신분증과 수첩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국정원도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북한군 전사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 당국이 유가족들에게 전사증 발급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관련 동향을 추적 중이라고도 했다.